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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몸이 살인 증거" 법원 앞 엄마들은 매일 외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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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36)씨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정인이 사건에 대한 내용이 적힌 팸플릿을 들고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했다. 함민정 기자

임수정(36)씨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정인이 사건에 대한 내용이 적힌 팸플릿을 들고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했다. 함민정 기자

“정인이 몸이 살인의 증거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 임수정(36)씨가 1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목청껏 외친 말이다. 그는 ‘정인이 몸이 살인의 증거’라는 노란색 글씨가 쓰인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2시간을 달려 법원에 왔다는 그는 지난주에는 3번, 2주 전에는 매일 이곳에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정인이 사건을 알게 된 임씨는 “7살, 6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재판 전까지 아무것도 안 하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아서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에 나왔다”고 말했다.

고등법원 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서 릴레이 시위에 참여한 이은경(38)씨도 현재 29개월 딸을 키우는 엄마다. 딸의 생일이 정인이와 2주 차이가 난다고 했다. 이씨는 “우리 아이가 예쁘게 자랄수록 그 모습이 오버랩돼 마음이 더 아프다. 아동학대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범죄”라고 울먹였다. 2주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는 그는 “가해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함으로써 정인이 사건의 판결이 아동학대의 재발을 막는 선례가 반드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이 사건 26일 2심 선고 

어느덧 대중들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었지만, 아직 정인이(2019년 6월 10일~2020년 10월 13일)를 기억하는 엄마들이 있었다.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11월 19일) 정인이 사건을 되짚어 보게 된 것도 그들 덕분이었다.

생후 16개월의 정인이를 양부모가 상습폭행·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은 오는 26일 2심 재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민단체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릴레이 시위는 이날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평범한 시민이고 누군가의 엄마이자,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인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고등법원 앞을 지키며 재판부를 향해 엄벌을 촉구했다.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팸플릿이 설치돼있다. 함민정 기자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팸플릿이 설치돼있다. 함민정 기자

릴레이 시위는 아침 출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평일에 열리며 사전에 온라인 신청을 받아 진행된다. 이원경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간사는 “재판부에 우리가 정인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참여자는 어머님들이 대다수로,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서로가 도우면서 시작된 릴레이 시위가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아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인이 양부모에게 엄벌을 내려달라는 시민들의 요청은 이어지고 있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정인이 양모인 장모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양부 A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 선고를 촉구하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에 따르면 정인이 양부모를 엄벌에 처해 달라는 진정서가 이번 주를 기준으로 2심 재판에서만 2만3601건이 접수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엄벌 서명지’에도 6559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적지 않은 이들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더 지난 정인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은경(38)씨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했다. 함민정 기자

이은경(38)씨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했다. 함민정 기자

정인이법으로 처벌 강화했지만…

그러나, 최근 5년간 연도별 아동학대 사건은 꾸준히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6년 1만8700건, 2017년 2만2367건, 2020년 3만905건 등으로 집계됐다. 정인이 사건 이후 처벌 강화에 대한 요청이 거세자 올해 2월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형량을 높인 게 주요 내용이다. 기존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이 법정형이었다.

법은 강화됐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크다. 아동학대 신고 접수와 사후 관리에도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인이법이 통과됐지만, 아동학대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아동 학대로 아이를 죽인 자들은 살인죄로 처벌을 받아야 하며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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