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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밀알" 된다더니 "尹 당선땐 불행"…洪 진짜 속마음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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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밤 홍준표 의원의 자택을 찾아가 한 시간 가량 차담을 나눴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에게 "정권 교체를 위해 윤석열 대선 후보와 원팀이 돼 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이 대표 측의 전언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대변인은 18일 밤 라디오에서 “(홍 의원이) 이 대표에게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당 인사들이 전하는 홍 의원의 입장과 최근 그가 직접 쏟아내는 발언에는 온도 차이가 꽤 있다. 홍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자신을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한 박근혜 후보에 비유하면서 “제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백의종군하는 것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횡포”라고 썼다.

18일 밤에는 2030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에 “(당이) 조강지처를 버리고 새살림을 차렸는데, 조강지처가 그 집에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본댁을 지키고 있어야 하나”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을 조강지처, 윤 후보 측을 ‘새살림’에 비유해 윤 후보를 돕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선보인 청년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의 모습. [홈페이지 캡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선보인 청년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의 모습. [홈페이지 캡처]

홍 의원은 현 상황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윤 후보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하고 있다. 청년의꿈 게시판에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상황을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이 올라오자 홍 의원은 “대한민국만 불행해진다”고 답했다. 16일에는 “모든 국민이 후보 선택에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막장 드라마 대선”이라며 “어쩌다 이런 ‘양아치 대선’이 됐는지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고 윤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홍 의원은 지난 5일 당 대선 경선에서 윤 후보와 치열한 대결을 벌였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10.27%포인트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크게 졌다. 홍 의원은 승복하면서도 “26년을 헌신한 당에서 헌신짝처럼 내팽개침을 당했다”고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경선 뒤 윤 후보가 홍 의원에게 수차례 직접 연락을 했지만, 홍 의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19일에는 홍 후보를 지지했던 최재형 감사원장 등 경선에 참여했던 7명이 “윤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성명을 냈지만,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후보와 포옹하는 장면.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후보와 포옹하는 장면. 국회사진기자단

그럼에도 홍 의원에게 시선이 주목되는 건, 그를 윤 후보 측이 강조하는 ‘원팀’의 마지막 퍼즐로 보는 세간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보통 탈락 후보는 일정 기간 잠행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홍 의원이 자신의 지지 기반인 20·30세대 규합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가는 것도 그를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홍 의원 측에 따르면 홍 의원은 멘토단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청년 토크쇼를 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 당 인사는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윤 후보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내심 불편해하는 기류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4자 가상대결이 아닌 주관식 자유응답 방식)에서 홍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했음에도 7% 지지율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윤 후보(34%), 이재명 민주당 후보(27%) 보다는 낮은 수치였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 심상정 정의당 의원(2%)보다 높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다만 당내에선 내년 대선 이후를 노리는 홍 의원이 마지막엔 어떤 형태로든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홍 의원은 최근 2027년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최근 ‘2027년 대선에 도전해볼 생각이냐’는 게시판 질문에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요즘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 의원을 도왔던 한 캠프 핵심인사는 “홍 후보에게 '너무 공격적인 발언은 자제하고, 당을 위한 행보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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