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사농사 지어 2년 버텼다"…단양 ‘만종리 대학로극장’ 19~20일 공연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충북 단양 만종리 대학로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옥자 공연 모습. [사진 단양군]

지난해 충북 단양 만종리 대학로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옥자 공연 모습. [사진 단양군]

콩밭에 무대 올린 귀농 연극인

충북 단양에 사는 귀농 연극인들이 1년 10개월 만에 콩밭에 무대를 세웠다.

단양군 영춘면 만종리에 둥지를 튼 ‘만종리 대학로극장’은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주말 정기 공연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19일 오후 7시 만종리 야외 무대에서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일 오후 7시 두 번째 공연이 열린다.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생애를 그린 ‘별이 빛나는 밤’이란 작품이다. 불운하고 가난한 예술가 고흐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았던 668통의 편지를 토대로 작품을 만들었다.

연극 무대는 콩밭에 꾸며졌다. 허성수 만종리 대학로극장 감독과 단원 6명이 수확을 마친 밭 위에 16.5㎡(5평) 크기의 무대를 직접 설치했다.

객석은 50석, 초겨울 추위를 녹일 수 있게 모닥불도 피웠다. 관람료 1만원을 낸 관객에게 커피 한 잔과 구운 감자를 준다. 허 감독은 “코로나로 인해 2년여 동안 정기 공연을 중단하고 농사만 짓고 있었다”며 “더는 공연을 멈춰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올해 첫 정기 공연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 만종리에 있는 만종리 대학로극장은 19~20일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를 다룬 연극 '별이 빛나는 밤'을 공연한다. [사진 허성수 감독]

충북 단양군 영춘면 만종리에 있는 만종리 대학로극장은 19~20일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를 다룬 연극 '별이 빛나는 밤'을 공연한다. [사진 허성수 감독]

1년 10개월 만의 공연…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만종리 대학로극장은 서울 대학로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2015년 단양 영춘면 만종리로 이사했다. 이곳은 극단 대표를 맡은 허성수 감독의 고향이다.

허 감독과 단원 6명은 이곳에 상주하며 콩과 감자, 마늘 농사를 지었다. 옛 우체국 건물과 비닐하우스를 공연장으로 꾸며 토요일마다 공연해 왔다. 12명의 단원은 지금까지 정기·순회 공연을 합해 630회 넘게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한 지난해 1월 이후 대면공연이 중단됐다. 토요일마다 100여 명의 관객으로 붐비던 만종리 대학로극장도 한파를 맞았다. 극단의 주 수익원인 공연이 중단되자, 일부 단원들은 공작 일용직이나 막노동으로 생활비를 벌기도 했다. 허 감독은 “온라인으로 몇 차례 작품을 선보이긴 했지만, 대면 공연이 중단되면서 극단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올해는 감자 농사를 지어 2000만원 정도를 벌어 생활에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만종리 대학로극장은 공연 때마다 지역 주민이 무대에 출연한다. 이번 공연 역시 인근 고등학교 교사가 해설역을 맡았다. 허 감독은 “7년 동안 산골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만종리만의 지역색을 살린 무대를 연출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마을의 연못, 강둑, 방앗간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산골만의 개성 있는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