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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비트코인…대법 "사기죄의 재산상 이익 맞다" 첫 인정

중앙일보

입력

10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뉴스1

10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뉴스1

대법원이 사기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이익에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도 해당한다는 판단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한결 전 보스코인 이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보스코인은 지난 2017년 4월 스위스에 '보스 플랫폼 재단'을 설립하고 보스코인 개발비용 등을 마련할 목적으로 가상화폐공개(ICO)를 진행했다. ICO는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개념으로,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비트코인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보스코인은 ICO를 통해 6902 BTC(비트코인 단위), 당시 시세로 157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국내 1호 ICO 성공 사례였다. 개당 7000만원을 넘는 현재 시세로는 4864억원에 이른다.

박 전 이사가 재판에 넘겨진 건 이후 ICO를 통해 모집한 비트코인 중 6000 BTC를 자신의 명의 계좌로 편취했기 때문이다. 박 전 이사는 같은 회사 소속 임원들에게 "이체한 비트코인을 통해 타 회사에서 진행 중인 이벤트에 참여한 후, 이벤트가 끝나면 즉시 반환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당시 박 전 이사는 아버지이자 보스코인의 설립자 박창기 전 대표가 다른 임원들과 갈등으로 이사직에서 사임하게 되는 등 회사 내 영향력이 떨어지게 되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비트코인의 가치가 올라 6000 BTC을 편취한 재산상 이익은 197억7383만원(현 시세론 4228억원 상당)에 달했다.

1심 재판부는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를 인정해 박 전 이사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형을 선고했다. 다만 박 전 이사가 편취한 6000 BTC 중 1500 BTC 이전을 요구하면서 받은 특경가법상 공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가 "계좌 사용을 명목으로 1500비트코인을 재단에 요구했다는 부분은 공갈로 단정하기 어렵고, 전송받은 비트코인은 다시 재단 계좌로 반환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2심은 박 전 이사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들은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이를 기각하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특히 이번 판결에서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해 전자적으로 이전·저장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설시했다.

대법원은 앞서 2018년 5월 범죄로 얻은 비트코인도 범죄수익에 해당해 몰수할 수 있다는 판결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대법원은 비트코인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봐 원심의 유죄 판결을 수긍한 사안들은 있었지만,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한 것은 이번 판결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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