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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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찰수 윤석열의 포효 "승부는 이미 끝났다. 올해가 가기 전 천하를 쥐리라" [이정재의 대권무림 2부①]

중앙일보

입력 2021.1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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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정치풍자 무협판타지 대권무림 

〈2부 제1화〉 양웅쟁패(兩雄爭覇) 둘이 싸워 이기는 자가 패자(覇者)다

一手飛翔一公落

일수가 날아오르니 일공이 추락하네.

一公力探反轉諾

일공은 전력을 다해 반전의 기회 엿보고 있네.

天不知, 地不明, 人不測

하늘도 모르고 땅도 모르며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네.

誰獲民心得天下

누가 백성의 마음을 잡아 천하를 얻을 것인가.

신강호웅풍가 (新江湖雄風歌)가 불리기 시작한 것은 무력 2021년 11월이었다. 무릇 강호의 민심은 느린 듯 빠르며 무지한 듯 지혜로운 법. 노래는 차기 무림지존좌가 양웅쟁패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양웅(兩雄)은 일수 나찰수 윤석열, 일공 재명공자를 일컬었다. 천하의 판세는 이즈음 크게 뒤틀리고 있었다. 일수 나찰수가 날아오르며 일공 재명공자 이재명은 정체에 빠졌다. 이대로라면 승부는 명약관화,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일공이 어떤 위인인가. 쉽게 주저앉을 리 없다. 재명공자는 어떻게 반전의 기회를 만들 것인가. 과연 만들 수는 있을 것인가. 강호의 눈과 귀는 온통 여기에 쏠렸다.

# 나찰수 잠시 기뻐해라,

고양이를 닮은 눈-묘안(猫眼)엔 모든 것이 담긴듯하되 또한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듯하다. 응시하듯 응시하지 않듯 형형한 재명공자의 눈빛은 보는 이를 단숨에 압도할듯했다. 그와 더불어 무인의 길에 들어선 지 수십 년, 산전수전 다 겪은 무림선비 정성호로서도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 그의 주군 재명공자였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소. 나찰수가 무림지존이 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요. 그의 무공이란 게 재야무림에서나 통하는 편협함 투성이, 험난 강호에선 결코 뜻을 이루지 못할거요. 나찰수 윤석열의 실전 경험은 터무니없이 부족하오. 무릇 천하를 가름하는 싸움엔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은 법. 나찰수는 틀림없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될 거요. 나의 비주류편가르기공은 그때를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오."

"물론 주군의 말에 따라 방내 모든 제자들이 나찰수를 때리는 무공-타수공(打手功)을 죽어라고 익히고 있기는 하오, 하지만 정말 타수공만으로 나찰수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지 모두가 불안해하는 것도 사실이오."

"내게 다 복안이 있습니다. 아무 말 말고 지금은 나찰수처가 때리고 흠집내기공만 열심히 펼치라고 이르세요."

하기야 일신의 무공만으로 따진다면 재명공자를 일대일로 이길 무림인은 당금 천하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경제·사회의 정통 무공은 물론 기본소득·국토보유세공 처럼 변방의 무공까지 통달했다. 무림선비 정성호의 걱정은 그러나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나찰수 윤석열의 확장성과 폭발성을 걱정하고 있는 중이다. 국힘당 경선 비무 승리 후 나찰수의 행보는 위험천만이다. 그는 천하의 재사와 고수들을 다 아우르려 한다. 군세(群勢=지지율)가 오할을 넘어섰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를 원하는 무림 중도파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증거다. 다급해진 여권 무림이 더불어당 당주 송영길을 비롯해 일제히 타수공으로 나찰수의 가족 때리기에 나섰지만, 무림선비 정성호는 영 탐탁지 않았다. 나찰수 윤석열의 처가집 약점은 재명공자의 대장동 약점과 견줘 강호인들이 보기엔 거기서 거기가 아니던가.

게다가 대장동 국감 때 재명공자가 정면돌파 초식을 펼친 것이 역효과를 냈다. 전투엔 이겼지만 전쟁엔 졌다. 민간업자가 떼돈을 벌어서 강호 백성 모두가 배가 아픈데 "내가 설계 잘한 거다"라고 하니 어떤 백성이 납득하겠나. 강호인들은 급기야 "재명공자는 합니다"에 공포감을 갖기 시작했다. 더불어당과 원팀을 만든 건 좋았지만 그 바람에 여권 무림의 틀에 갇혔다. 그건 중도 무림으로 지지세를 확장해 나찰수를 중원에서 무너뜨리겠다는 재명공자의 계산이 빗나가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런데도 더 강수 일변도니 원, 저 속엔 뭐가 들어있는지 몰라. 도대체 들여다볼 수가 없으니.

재명공자는 무림선비 정성호의 불안을 꿰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 참새가 대붕의 뜻을 알리오. 전투와 전쟁은 다르다.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나는 마흔여섯에 성남 무림의 패자가 된 후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누구도 익히지 못했던 좌파 신무공까지 완벽히 터득했다. 무차별현금살포공, 기본소득공, 국토보유세공이 그것이다. 이들 무공이 일제히 펼쳐지면 강호는 일 대 구로 갈라질 것이다. 열에 아홉은 내 무공 앞에 스러질 것이다. 이들 무공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게 특징. 당장은 저항할 수 있어도 반복되면 누구도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려면 나찰수에게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

타수공으로 정신없이 나찰수를 몰아치리라. 나찰수는 분노하리라. 생전 누구에게 이런 꼴을 당해본 적이 없으니 펄펄 뛰는 심장을 추스르지 못하리라. 분노는 실수를 낳고 실수는 곧 패배로 이어지리라. 반전은 십이월 제야. 무림감찰과 공수처가 열일을 하리라. 해를 넘기면 나찰수를 잡을 수 없다. 해가 가기 전에 반전의 깃발이 높이 드리워지리라. 그때가 되면 나찰수의 군세는 오뉴월의 얼음 녹듯이 사그러들 것이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날, 강호는 알게 되리라. 재명공자의 천하가 시작됐음을.

# 삼인을 삼고초려하다  

나찰수 윤석열이 삼고초려한 첫 사람, 백발자 (白髮子) 한길공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이미 금분세수(金盆洗手=강호를 은퇴함) 한 몸, 지금처럼 그저 귀공의 초식이 길을 잃었을 때 간혹 도우면 족하리다."

"보보(步步)마다 첩첩산중(疊疊山中)이요 도산검림(刀山劍林)이라, 걸음마다 칼산과 검숲처럼 어려우니 노사의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습니다. 부디 곁에서 길을 일러 주십시오."

경선 비무 때부터 벌써 세번째 방문, 나찰수 윤석열은 집요했다. 그는 한길공이 가진 무공과 세력을 탐냈다. 한길공은 대중검자의 바람검을 이은 자, 나찰수가 중도 무림의 군세를 가져오려면 그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다. 한길공의 도움을 얻는다면 천하를 반쯤 손에 쥔 것과 다름없을 터였다.

"몇 번을 말하지만 이번 싸움은 재명공자와 나찰수의 싸움이 아니오. 무림 기득권에 대한 폭 넓은 분노와 심판이오. 그러니 재명공자를 이기는 데는 막대기 하나만 세워놔도 충분할 것이요. 내게 매달리지 않아도 되오. 게다가 나를 불러들였다가 귀제갈 김종인의 몽니를 어찌 감당하려 하시오."

"저는 확실한 승리를 원합니다. 귀제갈 김종인엔 전권을, 노사껜 실권을 드리겠습니다. "

한길공의 마음이 슬쩍 움직였다. 재인군 천하는 더 계속돼선 안 된다. 더는 무림이 황폐해지는 꼴을 볼 수 없다. 재명공자의 차기지존좌 등극은 막아야 한다. 내 비록 검을 꺾은 지 오래요, 주화입마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는 몸이나 천하를 다시 바로 세우는 일에 어찌 주저하랴. 한길공의 고개가 무겁게 끄덕여졌다.

두번째 사람, 국민교수 김병준. 바보공자 노무현의 책사로 이름을 날린 바로 그 사람이다. 나찰수는 그와 세 번의 통음을 했다. 저녁부터 한밤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는 영화, 야구, 소설까지 온갖 세상 얘기로 이어졌다.

그는 나찰수에게 한 가지 무공을 전수했다. 모든 사람을 끌어들이고 좋다는 모든 초식을 익히는 무공, 흡입공이다. '지존 후보는 지존과 다르다. 후보는 이를테면 환자다. 몸에 좋다는 약은 다 먹어야 한다.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초식,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은 모두 끌어들여야 한다.' 김병준의 흡입공에 나찰수는 흠뻑 빠져들었다. 나찰수는 흡입공으로 인의 장벽을 쌓으려 한다. '있는 사람 누구도 내보내지 않는다.  오는 사람 누구도 내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은 누구든 모셔온다.' 흡입공의 3대 구결을 그는 외우고 또 외웠다.

"지금 국힘당과 귀제갈, 지존비무대책위원회 간의 갈등은 무시해도 좋소. 기존의 힘과 새 힘이 서로 부딪치는 것은 늘 있는 일이되, 지금은 갈등 축에도 안 드는 일이요. 바보공자 노무현 때는 어땠는지 아시오? 바보공자가 사무실에도 못 들어가고 복도에 서 있었던 적도 있소. 당은 모두 대중검자의 사람들이 장악한 상태였소. 그래도 사람을 끌어들이고 승리를 거머쥔 건 결국 바보공자였소. 순리대로 덧셈의 무공을 펼치시오. 절대 뺄셈은 생각지 마시오."

그는 나찰수에게 세가지를 주문했다. 첫째, 귀제갈 김종인을 꼭 모셔오되 자문만 구할 뿐, 실제 싸움은 지존 후보 본인이 하라. 둘째, 흡입공은 꼭 일 대 일로 펼치되 진심을 다하라. 셋째, 누구에게도 결코 다른 이들의 무공과 초식이 어떻더니 말을 옮기지 말라. 나찰수는 비로소 종자기를 만난 백아의 마음을 알 듯했다. 강호인들이 입을 모아 술수는 귀제갈 김종인, 실력은 국민교수 김병준이라더니, 과연 그 말이 헛되지 않더라.

세 번째 사람, 귀제갈 김종인. 그의 무공은 결코 절대고수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무공을 가르치거나 상대 무공의 파훼법을 알아내는 데는 가히 천재다. 강호 초출이요 막 본격 무공 수련에 나선 나찰수로선 귀제갈의 도움 없이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 혹자는 흘러간 물, 영원한 배후세력이라며 폄훼하지만 천만의 말씀. 사람을 다루고 조직을 꾸리는 데는 귀제갈을 당할 자가 없다. 강호 무림에 그렇게 고수가 없나, 반론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쉽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왜 먼 길을 돌아가야 하나.

나찰수로선 진작 귀제갈의 환심을 사두지 않았던 게 못내 후회스러울 뿐이었다. 처음부터 도움을 청했다면, 그랬다면 지금처럼 귀제갈이 심한 몽니를 부리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시간은 나찰수의 편. 귀제갈은 결국 나찰수의 책사가 돼 줄 것이다. 삼고초려 끝에 모신 삼인. 그들은  재명공자와의 싸움에서 천군만마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미 대세는 내 쪽으로 기울었다. 남은 시간은 한 달여, 승부는 올해 안에 끝날 것이다. 제야까지 내 군세(群勢=지지율)를 늘려가면 된다.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이다. 그 뒤에는 재명공자에겐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날, 강호는 알게 되리라. 나찰수 윤석열의 천하가 시작됐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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