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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덜컹이자 토사물 우웩…'보복음주'에 지하철은 괴롭다

중앙일보

입력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된 1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 상가 밀집지역에 불 밝힌 간판 아래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된 1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 상가 밀집지역에 불 밝힌 간판 아래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취객과 퇴근길 승객이 뒤엉킨 지난 8일 오후 10시 30분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 일순간 소란과 함께 만원 지하철 내부가 악취로 가득 찼다. 홍대입구역에서 탑승한 20대 여성이 열차가 덜컹거리자 음식물을 토해내면서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성은 자신의 구두가 토사물로 범벅되자 그대로 자리를 떴다. 만취 여성은 토사물 인근 좌석에 쓰러지듯 앉았다.

지난 1일부터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로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 내에서 종종 목격되는 모습이다. 지하철 취객 관련 사건이 늘면서 귀갓길 승객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토사물 청소 민원, 거리두기 이전보다 40% 늘어

미뤄졌던 회식과 술자리가 재개되면서 지하철 역사나 전동차 안에 토사물을 쏟는 경우도 늘어났다. 1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11월 지하철 1~8호선 고객센터로 접수된 토사물 등 청소 요청 건수는 주요 번화가 역사를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 전보다 30~40% 증가했다. 청소 민원은 쓰레기나 대·소변 등을 모두 포함하지만, 대부분 취객의 토사물이 원인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최근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역사 내 청소 민원 건수가 지난달보다 30~40%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측은 최근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역사 내 청소 민원 건수가 지난달보다 30~40%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하는 동안 감소세를 보였던 청소민원 건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인다. 11월 청소 민원건수는 지난달 청소민원 건수(836건)보다 많은 최소 1000여건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2년 전인 2019년 11월(1009건)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2017~2019년까지 연평균 1만 2677건에 달하던 청소 관련 민원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9729건으로 약 30% 줄어들었다.

청소 민원은 평일 직장인의 ‘보복 음주’가 잦은 목요일과 금요일에 집중됐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주요 역사의 현장 분위기를 파악한 결과, 위드 코로나 이후 승객 수가 늘면서 취객도 늘고 이에 따라 청소 요청과 실제 청소 빈도가 잦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1~8호선 하루 평균 수송 인원은 596만 8923명으로, 10월 첫째 주(508만 1717명)보다 17% 증가했다.

뒤처리는 미화원 몫… “도망가는 경우가 대다수”

현장 직원들은 뒤처리 업무에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대다수 취객이 토사물을 치우지 않고 자리를 떠나는 탓이다. 유흥가가 많은 홍대입구역 미화원 대기실엔 신속한 토사물 처리를 위해 미리 뽑아 놓은 휴지 뭉텅이가 캐비닛 한 칸에 가득 들어있었다. 잘 지워지지 않는 토사물을 닦기 위해 주방 세제를 섞은 물도 구비해뒀다.

18일 서울 홍대입구역 미화원 대기실, 토사물 청소를 위한 휴지 뭉텅이가 미리 뽑혀있다. 김서원 기자

18일 서울 홍대입구역 미화원 대기실, 토사물 청소를 위한 휴지 뭉텅이가 미리 뽑혀있다. 김서원 기자

홍대입구역에서 근무하는 미화원 유모(59)씨는 “토사물은 두세 번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업무 중 가장 힘들다”며 “급한 분들은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도 토사물을 쏟고 대·소변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 토사물 두 건을 처리했다는 13년 차 미화원 임모(58)씨는 “업무 초기엔 역했지만 이젠 일상이 된 것 같다”며 “대부분 토사물을 쏟아내고 도망간다. 친구들이 와서 말해주면 다행”이라고 했다.

주취 폭행을 당하는 역사 내 근무 직원도 늘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형사사건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경미한 폭행 및 직원 대상 시비 등은 위드 코로나 이전보다 확실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모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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