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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특검 의사 밝혔지만···'지금만해도 3개' 디테일 복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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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한 특별검사 도입을 먼저 요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장동 특검 도입의 기대감을 높이는 발언이다. 그러나 이 후보 말이 현실화되려면 가장 중요한 특검 추천권과 수사 범위, 고발 사주 의혹 쌍특검 도입 문제까지 디테일에 대한 합의가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공개된 뉴스1 인터뷰를 통해 “검찰이 진실을 규명해 저의 무고함을 밝혀주겠지 했더니 해야 할 수사는 하지 않고 저에 대해 이상한, 쓸데없는 정보를 언론에 흘려 공격하고 있다”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제 문제를 포함해 자꾸 의심하니 깨끗하게 터는 차원에서라도 특검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가 지난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와 지난 15일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검찰 수사 미진’을 조건으로 특검론을 꺼냈던 것보다 진전된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정당쇄신,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SBS D포럼’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특정인에게 1조원에 가까운 이익이 돌아갔고 국민 대다수가 특검을 거론하는데 특검을 안 받고 선거를 할 수 있겠느냐”며 “저는 어차피 (이 후보가 특검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관련 대출 비리 수사를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 후보가 무마했다는 의혹 ▶국민의힘 계열 정치인들의 민간개발 강요 의혹 등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특검도 수사 대상을 집중해야 수사가 되는 건데 몇 개씩 갖다가 물타기를 하면 특검이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현행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검의 수사대상은 국회가 본회의에서 의결하거나 법무부 장관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으로 정해진다. 수사 범위 역시 이에 한정되기 때문에 의석수에서 우위를 점한 민주당(169석)에 유리하다. 특검후보추천위원회 구성도 국회 추천 몫 4명을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동수(2명)로 추천토록 규정돼 있어 민주당에 불리할 게 없는 조건이다. 만약 민주당이 추천위원 추천을 미루고 버틸 경우 국회 의결부터 추천위 구성까지 4개월이 소요됐던 세월호 참사 증거 편집·조작 의혹 특검(지난 5~8월) 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권성동(왼쪽) 신임 당 사무총장이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중진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권성동(왼쪽) 신임 당 사무총장이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중진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상설특검법에 따른 대장동 특검 출범은 특별검사 추천을 놓고 표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야당에선 ‘쌍(雙)특검’을 주장한다. 윤 후보는 자신이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4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통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지시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도 특검을 해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날 “쌍특검으로 가겠다면 가라는 것”이라며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실제 2008년 초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특검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 특검이 동시에 진행된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11일 시사저널 인터뷰를 통해 ‘쌍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고발 사주 의혹 특검 추천권은 여당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특검 추천권은 야당에 넘겨야 한다”고 했었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특검이나 2018년 6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 때는 수사 대상이 여당 측이라 추천권을 야당에만 부여했었다. 그러려면 두 특검 도입 당시처럼 국회가 새로운 특검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 경우 역시 수적 우위를 가진 범여(汎與) 의원들의 협조 없이는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특검법에 명시할 수사 범위나 특검 후보자 추천 등을 두고 여야의 샅바 싸움이 장기화할 경우 대선 이후에야 특검이 출범할 수도 있다. 지난 9월 23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엔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4명의 특검 후보자 중 여야 교섭단체가 합의로 2명을 추려 이 중 대통령이 1명을 임명토록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배임 의혹 수사를 사실상 포기하고 배임 관련 수사를 종결할 것이란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의 모습. 뉴스1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배임 의혹 수사를 사실상 포기하고 배임 관련 수사를 종결할 것이란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의 모습. 뉴스1

한편, 이 후보는 이날 뉴스1 인터뷰에서 “곧 검찰 중간 수사결과가 나올 텐데 특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겠나, 제가 특검을 강력히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곧 중간 수사결과가 나온다”는 이 후보의 발언과 관련,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6·구속)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구속) 변호사 등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22일께 이들을 구속기소한 뒤 배임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사실상 이 후보에 대한 수사는 포기했다는 선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출범할 경우 검찰은 수사기록을 특검에 이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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