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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긴장관계는 완화되고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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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최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미·중 공동 성명이 나온 데 이어 지난 15일 미·중 화상 정상회담이 있었다. 일부 전문가는 내리막길로 치닫던 양국 관계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근본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우선 회담에서 두 정상이 서로에게 약속한 게 거의 없다. 무역·에너지·기후변화 분야에서 협력했다지만 양국 관계 악화에 따른 국내외 우려에 대한 최소한의 필요 조치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선 3연임을 위해 자국의 ‘핵심 이익’을 양보하지 않는 선에서 외부 불안요소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월스트리트와 진보 진영에 사업상 중국을 필요로 하는 유권자가 있고 ‘재앙’을 일으키지 않고도 미·중 경쟁을 끌고 나갈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싶어 했다. 또 지난달 영국·호주와의 오커스 동맹 창설 이후 유럽 동맹국들로부터 비난받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불필요한 갈등에 동맹을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확신도 줘야 했다.

공동선언·정상회담에도 대립 여전
두 정상 간 대화는 더 필요해졌다

하지만 미·중의 정치·안보 관계가 제로섬 게임인 근본 원인은 여전하다. 정치적으로 시 주석은 마오쩌둥 정권 이래 가장 강력하다는 반미(反美) 여론몰이를 접을 생각이 없다. 중국이 아시아의 리더이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약점을 드러낸 민주적 자본주의의 대안이며 미국 주도 체제와 위협에 맞설 지도자는 자신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공화당이 중국 이슈에 관해선 동조하는 터라, 강한 입장이다.

워싱턴엔 시진핑의 중국이 소련 이후 가장 큰 전략적 위협이란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민주당·공화당 공히 중국의 강압과 패권주의적 야망에 놀랐다. 군사적으로 중국은 해군 함정이 미국보다 많고 동남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주요 거점에 민군(民軍) 기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전략핵은 보수적으로 봐도 수년 내 4배 증강된다. 중국군이 낮은 수준의 상호신뢰 구축이나 군비통제 대화를 거부하면서 충돌억제를 어렵게 할 정도로 핵·재래식 무기를 혼용하는 데다 중국의 참을성(risk tolerance)은 걱정스러울 정도다.

경제적으로도 대부분 미 제조업자들이 중국 외 지역에 공급망을 추가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채택하고 야후 등 일부 테크 기업은 중국 정부의 데이터 통제권 요구에 아예 중국으로부터 철수했다. 중국의 노골적 기술 절취도 잘 알려졌다. 워싱턴에선 바이든 정부가 중간선거 전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국유기업 독점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일련의 무역 조치를 취할 것이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비해 미·중 관계 밸러스트(ballast·배의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바닥에 두는 무거운 물건)의 중요 원천은 빠르게 없어지고 있다. 수십 년간 중국과의 지속적 관여를 강하게 요구한 미국 학자와 비정부기구(NGO), 대학 등이다. 장쩌민·후진타오 정권에선 인적 교류가 왕성했다. 오늘날엔 절망적이다. 중국의 새 NGO 법 때문에 국제기구들 대부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내 미국 대학들은 기초적인 학문의 자유조차 포기하도록 압력받고 있다. 미국의 중국인 산업스파이 적발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독립적 연구자를 억류하는 바람에 미국·유럽 연구자들이 중국 방문을 꺼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홍콩·신장·티베트 탄압에 대한 반발로, 이념적 괴리도 극명해졌다.

이처럼 점증하는 문제 때문에 두 정상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중요해졌다. 정상회담이란 형식 탓에 진솔한 얘기를 할 시간이 적을 수도 있다. 그래도 경청하고 진전을 이뤄냈으면 한다.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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