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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기업의 별’…80년대생 임원 1년새 30%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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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네이버가 1981년생 최수연 글로벌 사업 책임리더를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하면서 경제계에 포진해 있는 80년대생 임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0대 기업 중 1980년대생 임원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00대 기업 중 1980년대생 임원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본지는 18일 기업분석 기관인 한국CXO연구소와 함께 올해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80년대생 임원 현황(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을 조사했다. 그 결과 1980년 이후 출생한 임원은 6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9명보다 15명 증가했다. 올해 국내 100대 기업 임원(6640명) 중에선 0.9%에 불과하다. 80년대생 임원 비율은 2018년 0.2%, 지난해 0.7%를 거쳐 올해까지 증가추세다.

80년대생 임원 64명 중 총수 일가는 한화솔루션 김동관 사장을 비롯해 CJ제일제당 이경후 부사장, BGF 홍정국 대표이사, 코오롱인더스트리 이규호 부사장 등 9명이다. 55명은 오너가가 아닌 ‘일반인 임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별로는 네이버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와 CJ제일제당도 각 6명씩 활약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80년대생 임원이 모두 여성이고 삼성전자는 모두 남성이다. 뒤이어 SK와 SK텔레콤(각 4명), 메리츠화재(3명) 순이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MZ(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1980년 이후 출생 임원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하는 기업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업종별로 보면 사업 속도가 빠른 IT와 소비재 업종 등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100대 기업 중 1980년대생 임원 명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00대 기업 중 1980년대생 임원 명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같은 변화는 기업 공채가 줄어들고 수시 채용이 늘어나는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순혈주의가 붕괴하고 외부 인재를 수시 영입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젊은 임원이 배출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게다가 여러 산업이 융합되는 추세에 따라 다른 업종에서 일하던 이를 임원으로 영입하는 경우도 늘었다. 앞으로도 대기업 총수들의 연령대가 젊어지면서 임원 세대교체도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80년대생 임원들이 조직에서 안정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선도 있다. 지난 7월 대기업 L사에서는 85년생 상무가 막말 논란에 휩싸여 현재까지 대기발령 상태다. 특수한 사례일 수도 있으나 젊은 임원이 조직 내에서 지내는 게 여전히 쉽지 않은 환경이란 말도 있다.

한 중견기업 80년대생 임원인 A씨는 “위에서는 ‘넌 나이가 젊은데도 이렇게 임원이 되고 많은 걸 받았으니 성과를 내놓으라’고 하고, 밑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다른 임원과 다름없는 꼰대라고 생각해 낀 세대 같은 느낌이었다”며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다른 임원들과 지내는 게 편하지 않았고 이질적이란 느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80년대생 중에는 이전 세대보다 글로벌 환경에 일찍 노출된 사람들이 많지만 80년대생이라도 전근대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고 60대가 더 진취적일 수도 있다”며 “나이가 직책의 조건이 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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