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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특검 수용, 지원금 철회…이재명 입장 확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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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대장동 특검,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두 가지 빅 이슈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새로운 입장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을 요구해 온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는 추후에 검토해도 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1인당 30만~50만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힌 지 20일 만이다. 정치권에선 “사실상의 철회”란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는 이날 야당이 요구해 온 ‘대장동 특검’ 주장에 대해서도 “조건을 붙이지 않고 아무 때나 여야가 합의해 특검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전격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 본인의 주장에서 비롯돼 야권과 거칠게 충돌했던 두 이슈에 대해 그 스스로 사실상 ‘유턴’을 선택한 모양새다. 지지율 정체 국면의 이 후보가 정무적·정책적 유연성을 통해 자신이 져야 할 부담을 더는 일종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는 18일 오후 페이스북에 “지원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가 어렵다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에 대해서라도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소상공인 손실 보상의 하한액(현재 10만원) 대폭 상향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올해 총액(21조원) 대비 증액 등을 주장했다. 이런 입장 선회는 ‘전 국민 지원금’을 반대해 온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연일 압박하던 모습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 “역시 이재명답다. 철학과 원칙은 분명하지만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서는 현실 여건에 맞게 유연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후보가 “윤석열 대선후보가 50조원 내년도 지원을 말한 바 있으니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오늘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신속한 지원안을 마련하길 촉구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야당을 압박하는 노림수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 철회엔 ‘정부 재정의 현실적 한계를 절감한 고육지책’ 성격도 있다. 실제로 이 후보의 입장 선회엔  “초과 세수 가운데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이 2조50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 일상회복 지원금(전 국민 재난지원금) 8조~10조원을 지급하기에는 부족했다”는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보고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 후보는 보고를 받은 직후 “그러면 고집하지 않겠다”며 전격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부와의 극한 갈등이 ‘정치력 부재’ ‘밀어붙이기식 리더십’이란 비판으로 돌아오고 있는 현실도 이 후보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검찰, 해야할 수사 안하니 … 특검하는 게 바람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18일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린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관중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18일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린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관중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이날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도 기자들과 만나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지 말고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해 툭 털어놓고 완전하게 진상규명을 하고, 잘못이 있으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특검이 됐으면 좋겠다”며 특검 도입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사건 초기 특검 도입에 반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입장이다.

이 후보가 특검 도입의 이유로 내놓은 건 검찰 수사의 미진함이었다. “화천대유 관련 자금조달 과정과 개발이익 분배 과정, 공공개발 포기 과정, 민간개발 강요 과정, 개발이익의 부정한 사용처가 당연히 규명돼야 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 (검찰) 조사가 매우 미진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이 후보가 이날 대장동 특검 수용 입장을 확실한 밝힌 건 그동안의 태도나 발언에 대해 “특검 도입에 대한 진정성이 전혀 느끼지 않는 물타기식 임기응변”이란 비판이 나온 걸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선 “검찰이 진실을 규명해 저의 무고함을 밝혀주겠지 했더니 해야 할 수사는 하지 않고 저에 대해 이상한, 쓸데없는 정보를 언론에 흘려 공격하고 있다”며 검찰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윤 후보가 주임검사였던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비리 수사 무마 의혹도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국민의힘에선 “이제 와서 여론이 불리해지니 ‘검찰 탓’인가”(허은아 수석대변인), “여당 후보의 부당한 대선 개입 발언”(당 관계자)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후보가 이날 “실제 이 사건에서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고, 그 결과물을 부정하게 취득했던 국민의힘 관련자들과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윤석열 후보가 직접 나서 “과도하게 조건을 내세워 물귀신 작전을 하면 특검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특검도 수사 대상을 집중해야 수사가 되는데 몇 개씩 집어넣어 물타기를 한다면 특검이 아니라 말장난”이라고 반박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후보가 속절없이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를 직면하고서야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다”며 “민주당은 지금 즉시 조건 없는 특검 협상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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