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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KS MVP…결국 우승에 도착한 '박경수의 길'

중앙일보

입력

박경수(37·KT 위즈)는 한국시리즈(KS) 4차전이 열린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 목발을 짚고 나타났다. 팀 선배 유한준(40)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해 눈물이 났다"고 했다.

오른쪽 종아리를 다쳐 KS 4차전 더그아웃을 지킨 KT 박경수. 1~3차전 활약만으로도 KS MVP로 선정됐다. [뉴스1]

오른쪽 종아리를 다쳐 KS 4차전 더그아웃을 지킨 KT 박경수. 1~3차전 활약만으로도 KS MVP로 선정됐다. [뉴스1]

박경수는 지난 17일 KS 3차전에서 수비 도중 오른쪽 종아리를 다쳤다. 그라운드에 구급차가 들어와 병원으로 이송됐고, 완치까지 6주가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다. 팀의 우승을 결정 짓는 경기에 더는 뛸 수 없게 된 거다.

박경수는 '할 만큼 한' 뒤였다. 1~3차전에서 여러 차례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아 아웃카운트로 연결했다. 쉴 새 없이 몸을 날리면서 KT 선수단의 투지를 깨웠다.특히 2차전에선 결정적 호수비로 두산 베어스의 기세를 꺾어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3차전에선 팽팽하던 0-0 흐름을 깨는 결승 홈런도 쳤다.  그런 그가 부상으로 쓰러지자 KT는 상심이 컸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전 "안타깝다. 박경수에게 '잘 버텨왔다'고 그랬다"며 "끝까지 같이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3차전까지 팀을 잘 이끌어 왔다"고 마음을 썼다. 유한준도 "팬들이 박경수의 플레이를 보고 울컥했다고 한다. 나도 더그아웃에서 같은 마음이었다"며 "경수의 활약 덕에 다른 후배들도 시너지를 냈다. 동생이고 후배지만,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KT의 우승은 박경수의 오랜 꿈이었다. 10년 넘게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한 박경수는 막내 구단 KT로 옮긴 뒤 비로소 야구하는 기쁨과 보람을 찾았다. 서울 팀 LG 트윈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수원을 연고로 하는 KT에서 실현했다. 홈구장 KT위즈파크가 있는 경수대로는 박경수가 KT '최초'의 역사를 함께 쌓아온 곳이다.

박경수는 이제 KT '최고'의 순간도 함께 맞았다. 4차전 그라운드에 나서진 못했지만,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우승의 환희를 나눴다. 그리고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K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투표에 참여한 기자단 90명 중 67명(74.4%)이 그에게 표를 던졌다. KT 역사에 '박경수'라는 첫 번째 MVP가 탄생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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