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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박철언과 진보 정세현 한 자리에 "중국과 조용한 담판해야"

중앙일보

입력

‘북방정책의 설계자’와 ‘판문점의 협상가’가 18일 만났다. 노태우 정부 시절 북방정책을 설계한 박철언 전 정무 제1장관과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 남북 장관급 회담을 이끌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두 사람이다.

박철언, "비핵 , 공동번영, 평화통일 추구해야" #정세현, "통일부 명칭 남북관계부로 바꿔야"

북방정책의 설계자인 박철언 전 정무 제1장관과 남북 협상 전문가로 꼽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18일 심포지엄에서 함께 자리해 남남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박 전 장관, 배기찬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사무총장(사회), 정 전 장관. 고양=정용수 기자

북방정책의 설계자인 박철언 전 정무 제1장관과 남북 협상 전문가로 꼽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18일 심포지엄에서 함께 자리해 남남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박 전 장관, 배기찬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사무총장(사회), 정 전 장관. 고양=정용수 기자

각각 보수와 진보 정부에서 한반도 안보와 통일 문제를 다뤘던 두 전직 장관은 이날 (사)평화누리와 (사)평화통일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 ‘평화통일로 가는 길’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남남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한반도복지통일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 전 장관은 북방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옛 소련과 중국 등 39개 사회주의권 국가를 상대했던 수교협상의 경험을 전했다. 당시 냉전구조 속에서 사회주의 국가들과 수교는 시기상조라는 ‘속도조절론’을 넘어서는 험난한 과정을 회고했다.

박 전 장관은 신뢰구축→남북연합→단일민족국가 건설이라는 3단계 통일론을 골자로 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마련(1989년)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1991년)을 북방정책 성과 중 백미로 꼽았다. 그는 89년 특사로 평양 서재골 초대소를 방문해 노태우 정부의 새 통일방안을 허담 당시 노동당 대남비서에게 설명했고,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과 연합제를 잘 접목하면 실현가능한 평화통일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얘기가 오갔다는 비화도 소개했다.

박 전 장관은 남남 갈등을 극복하고, 중단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정부는 주체성을 가진 국익 우선주의를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로 삼고, 비핵 공동번영과 평화통일을 추구하되 중국과 ‘조용한 담판’을 통해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않고 대신 비핵 평화공존의 길로 나오도록 설득하도록 해야 한다는 안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의 불가피성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가안보는 철저히 하되, 대북정책은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정 전 장관은 ”80년대 후반 북한의 우방국인 사회주의 국가들의 체제전환을 본 북한은 한국에 흡수통일 될 것을 우려했다”고 북방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국제환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북한은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차원에서 상호체제를 인정하고 내정 불간섭 등을 골자로 한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며 “당시보다 경제적인 격차가 더 벌어져 있는 현재 대북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북한은 굉장히 겁을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통일부에 처음 들어갔던 70년대 후반에만 해도 ‘통일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라며 “남남갈등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통일이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국민에게 요원한 통일이라는 꿈을 꾸게 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통일부를 남북관계부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영상 축사에서 ”정부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면서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평화와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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