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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폭탄선언 "英서 발급한 비자카드 결제 안받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마존은 17일(현지시간) “내년 1월 19일부터 영국에서 발급된 비자카드는 신용카드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아마존은 17일(현지시간) “내년 1월 19일부터 영국에서 발급된 비자카드는 신용카드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세계 1위 신용카드업체인 비자를 향한 선전포고를 날렸다. 내년부터 영국에서 발급한 비자 신용카드의 결제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겉으로 내건 명분은 비싼 수수료지만, 결제 시스템의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은 17일(현지시간) “내년 1월 19일부터 영국에서 발급한 비자카드의 신용카드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비자가 발급한 직불카드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이유는 비자의 온라인 거래 환전 수수료 인상이다. 비자는 올해 초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온라인 거래를 하는 가맹점에 신용카드는 1.5%, 직불카드는 1.15%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EU 국가 사이에는 수수료 상한선이 있었지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이 이를 적용받지 않게 되면서 결제업체가 마음대로 수수료를 올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아마존의 이번 조치는 향후 비자 등 글로벌 카드 결제사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행동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아마존은 “결제 수수료는 최선의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수수료는 기술 발전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져야 하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도리어 상승했다”고 비판했다.

미 CNBC 방송은 “소매업체는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커도 카드사에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지만, 거대 기업인 아마존은 다르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카드사로부터 결제시스템의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영국 증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로라 호이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아마존은 자체 결제로 더 많은 고객을 끌어오려 한다”며 “이번 조치는 결제 산업의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결제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결제 플랫폼인 어펌과 제휴를 맺고 지난 9월부터 미국에서 시작한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다. BNPL 서비스는 먼저 물건을 사고 나중에 값을 지불한다는 측면에서 신용카드와 비슷하지만, 별도의 카드 발급 절차 없이 앱만 내려받으면 이용할 수 있다. 소비 욕구는 크지만 경제력 등이 약해 신용등급이 낮아 카드발급 등이 어려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인기가 많다.

블룸버그는 “아마존은 내년부터 결제업체 페이팔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벤모도 도입한다”며 “신용카드 사용을 줄일 또 다른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 [로이터=연합뉴스]

앤디 제시 아마존 CEO. [로이터=연합뉴스]

아마존은 신규 결제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많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현대적이고 신속하며 저렴한 지불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기술이 미래에 만들어질 것”이란 입장도 밝혔다. 유력한 후보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마존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전문가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여러 번 냈다”며 “아마존이 결제에 디지털 통화를 도입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7년 “고객들이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마존의 결제중단 소식이 전해진 뒤 이날 뉴욕증시에서 비자 주가는 4.7% 급락했다. 비자는 “아마존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한다는 사실이 실망스럽다”며 “아마존과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이 애널리스트는 “비자와 아마존의 치킨게임에서 우위를 점한 건 아마존”이라며 “고객이 아마존의 자체 결제시스템을 채택하든 비자가 수수료를 낮추든 둘 중 하나로 결론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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