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지 2주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윤석열 후보와 경쟁자들의 ‘원팀’구성은 요원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결과 발표 2주 만에 이재명 후보의 선거대책위 상임고문을 맡기로 하며 형식적으로나마 '원팀'이 됐다. 그래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원팀 구성이 늦어지는 데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윤 후보를 돕겠다고 밝힌 경선 경쟁자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밖에 없다. 윤 후보는 지난 16일 원 전 지사와 조찬 모임을 갖고 선대위 합류를 요청했다. 원 전 지사 측 관계자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의 요청에 원 전 지사도 긍정적으로 답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적극 돕는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역할이 주어진다면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입장은 다르다. 윤 후보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홍 의원은 제 전화를 아직 안 받으시더라. 조금 더 쉬겠다는 생각이신 것 같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화를 안 받으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명확하게 선대위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17일 페이스북에 “모두 힘 합쳐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데는 동의 하지만 저는 지난 경선흥행으로 이미 제 역할은 다했다고 거듭 말씀드린다”고 썼다. 경선 결과 발표 이틀 뒤인 지난 7일엔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대신 ‘청년의 꿈’ 플랫폼을 만들어 독자 행보를 하고 있다.
홍 의원은 더 나아가 윤 후보에게 거친 언사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청년의꿈’에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올라오자 “대한민국만 불행해진다”고 답했다. 홍 의원이 같은 당 대선 후보를 공격하는 모습에 당내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라디오에 출연해 “(홍 의원이) 그런 표현을 지속하면 좀 곤란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선대위 참여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잠행 중이다. 지난 15일 캠프 사무실도 정리했다.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은 경선 이후 지금까지 도와주신 분들을 만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중이다. 선대위 참여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적극적이진 않다는 시각도 있다. 홍준표 캠프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조경태 의원은 “윤 후보 측에서 연락이 오거나 그렇진 않다. 원팀을 만들겠다는 적극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홍준표 캠프에 참여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윤 후보 측에서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도 함께 가야한다고 본다. 선대위 구성 전후로 본격적으로 원팀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이 ‘청년의 꿈’ 활동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운 뒤 결정적인 시점에 선대위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총괄선대위원장이 유력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홍 의원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홍 의원의 합류는 결국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