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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벨에서 컨트롤타워로…112상황실과 빅데이터가 만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 지난 8월 5일 오후 11시 50분쯤 경기 고양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구재영 상황분석요원(SAO)은 순찰차에 행신사거리 부근으로 이동할 것을 요청했다. 범죄가 발생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절도 및 성범죄 예방을 위한 빅데이터에 따른 조치였다. 범죄분석시스템으로 관내 절도 다발지를 분석해 ‘선지령’을 내린 것이다.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행신지구대 소속 41호 경찰관이 즉시 행신사거리 부근으로 이동했다. 약 7분 뒤.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취객의 가방을 뒤지고 있다’는 112신고가 무전으로 접수됐다. 그대로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범인을 잡았다. 범죄 예방적 순찰 지령으로 톡톡히 효과를 본 사례다. 미리 우범 시간대, 우범 지역을 순찰해 신속히 범죄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2. 지난 8월 10일 경기 남양주북부경찰서에 “동생이 칼을 들고 나를 죽이려 한다”는 가정폭력 사건이 휴대전화로 다급히 신고됐다. 경찰이 즉각 신고자 위치추적시스템을 가동했지만, 해당 아파트만 확인됐다.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상황. 경찰 상황분석요원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4년 치의 가정폭력 사건 이력을 조회했다. 휴대전화번호 뒷자리 4자리가 일치하는 사건을 찾은 요원은 현장에 아파트 동호수를 알려줬다. 지역 경찰관이 출동해 보니 현장엔 가정폭력을 당할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시민이 있었다.

경기 고양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 상황분석요원(SAO) 구재영 경장이 범죄예측시스템 모니터를 지켜보며 순찰차에 지령을 내리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경기 고양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 상황분석요원(SAO) 구재영 경장이 범죄예측시스템 모니터를 지켜보며 순찰차에 지령을 내리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비상벨’에서 ‘컨트롤타워’로

한상구 경기북부경찰청 112관리팀장은 “범죄 신고가 많은 장소와 시간에 선제적으로 순찰차를 배치해 1초라도 빨리 범죄 현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북부경찰청은 올해 들어 전국 최초로 ‘컨트롤타워 원년 종합 계획’을 수립·시행하면서 112치안종합상황실을 ‘국민의 비상벨’에서 컨트롤타워로 변모시켰다”고 소개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오프로스(Geo-Pros, 지리기반 빅데이터 프로그램), 프리카스(Pre-Cas, 범죄예측시스템)를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102명의 상황분석요원(SAO)을 선발, 운용 중이다.

경기북부경찰청 현장대응시간 32초 단축(전국 3위). 경기북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현장대응시간 32초 단축(전국 3위). 경기북부경찰청

시카고 경찰 벤치마킹, 분석요원 102명 운용

이런 방식은 미국 시카고 경찰의 ‘전략적 의사결정 지원센터(SDSC)’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시카고 경찰은 2017년부터 관할 40여개 경찰서에 SDSC를 설립해 범죄분석관 등을 배치 및 운영하고 있다. 범죄예측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현장 경찰관에게 수배자 등 중요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현장지원 활동을 한다. 이 결과, 총기사건·강도·절도 및 성폭행 등의 강력사건이 3~17%가량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고양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 SAO 요원 구재영 경장은 최근 경찰청이 주관한 2021년 Geo-Pros 경진대회에서 ‘관내 절도 다발지 분석을 통한 상황실 선지령’을 주제로 예방분야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경찰청 지오프로스(Geo-Pros, 지리기반 빅데이터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관내 절도 다발지 분석을 통한 상황실 선지령’을 주제로 예방분야 전국 1위를 차지한 고양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 상황분석요원(SAO) 구재영 경장(왼쪽)과 김남현 경기북부경찰청장(오른쪽). 경기북부경찰청

경찰청 지오프로스(Geo-Pros, 지리기반 빅데이터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관내 절도 다발지 분석을 통한 상황실 선지령’을 주제로 예방분야 전국 1위를 차지한 고양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 상황분석요원(SAO) 구재영 경장(왼쪽)과 김남현 경기북부경찰청장(오른쪽). 경기북부경찰청

현장 대응 32초 단축 

한상구 경기북부경찰청 112관리팀장은 “경기북부 지역경찰의 1인당 담당 인구는 1319명으로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라며 ”이런 어려운 치안여건 속에서도 SAO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한 결과, 지역경찰의 현장대응 시간이 지난해보다 32초 단축됐다”고 소개했다.

경기북부경찰청 치안고객만족도 112신고처리분야 전국 2위(4계단 상승). 경기북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치안고객만족도 112신고처리분야 전국 2위(4계단 상승). 경기북부경찰청

지난달 경기북부경찰청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의힘 소속 서범수 의원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운영 중인 SAO 제도의 취지나 관련 성과가 우수하다. 전국으로 확대시행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김남현 경기북부경찰청장은 “SAO 제도를 지속해서 발전·육성시켜 경기북부경찰청의 대표 치안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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