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임산부가 느낀 스트레스, 태아 젖니에 기록 남긴다

중앙일보

입력

임산부가 스트레스를 느끼면 나중에 뱃속 태아의 젖니 생장선에 그 기록이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의사협회 저널인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는 하버드대 의대의 최대 교육병원인 미국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MGH) 과학자들의 이런 주장을 담은 논문이 게재됐다. 하버드대 의대의 최대 교육병원인 미국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MGH) 과학자들은 최근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밝혔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MGH 소아 신경발달 유전학 유닛의 에린 던 박사는 태아가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을 연구해왔다. 던 박사는 인류학 분야의 치아 연구 성과를 들여다보다가 이번 연구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인간의 치아가 ‘다양한 인생 경험의 항구적 기록’이라고 접근해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영양 부족이나 질병으로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치아의 법랑질(에나멜질)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이 경우 치아 내부에 선명한 생장선이 남는다. 치아 생장선은 ‘스트레스 선(stress lines)’이라고도 불리며, 나이테와 비슷한 속성을 지녔다고 한다.

던 박사는 첫 번째 생장선인 ‘신생아 선(neonatal line)’의 너비가 산모의 임신 기간 스트레스와 관련해 지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가설 검증을 위해 실제로 젖니를 기증받아 연구한 결과 임신 32주 차에 우울증 또는 불안증을 겪었거나,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을 평생 심하게 앓은 여성의 자녀는 젖니의 신생아 선 폭이 그렇지 않은 여성의 자녀보다 넓은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임신 직후부터 사회적 지원을 많이 받은 여성의 자녀는 신생아 선의 폭이 좁은 편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아기를 가진 여성에게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생기면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가 늘어나 치아의 법랑질 생성 세포를 교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학계는 또 젖니의 생장선 너비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경우 향후 우울증 등 정신 건강 질환을 일으킬 아동을 미리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