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르면 12월 카페 일회용컵 없앤다…코로나 전파 가능성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손님들이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마시는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손님들이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마시는 모습. 뉴스1

이르면 다음 달부터 카페 안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쓰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잠시 완화됐던 일회용품 사용 금지 조치가 다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는 다회용 컵 사용에 따른 불편함과 감염 가능성 등을 우려하지만, 환경단체ㆍ전문가는 전파 우려가 거의 없고 폐기물 감축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카페ㆍ패스트푸드점 등 식품접객업종에서 일회용품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1회용품 사용규제 제외 대상'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고시는 규제 심사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내년 1월 중엔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고응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규제 심사만 빨리 마무리되면 12월부터라도 곧바로 새로운 고시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2018년 8월부터 카페 등의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쓰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난해 2월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감염병 '경계' 이상 경보가 발령되면 각 지자체장이 인정할 경우 식품접객업종에서도 일회용품을 쓸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다회용컵을 통한 감염 전파 우려 등을 고려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 급증이란 문제점이 생겼다. 카페 내 일회용 컵을 비롯해 배달 용기, 음식 포장재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은 전년과 비교해 각각 14.6%, 1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을 일시 허용한 지 약 1년 10개월 만에 다시 전면 금지로 돌아가게 됐다. 환경부는 고시 개정 이유로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해 폐기물 발생이 증가함에 따라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앞으로는 매장 안에서 음료를 마실 경우 머그잔, 텀블러 등 다회용컵을 이용해야 한다. 커피 등을 포장해서 나갈 경우에만 일회용 컵을 쓸 수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매장 넓이와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고객들이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고객들이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고시 개정안을 내기 전인 지난달 지방자치단체,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등에 협조 공문을 먼저 보냈다. 이달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 회복'에 맞춰 일회용품 사용을 다시 줄이자는 방향을 공유한 것이다. 김고응 과장은 "이미 다회용 컵을 자체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다음 달부터 일회용품 금지가 재시행되더라도 현장에선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법령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카페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이 제한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정오 즈음 서울시청 근처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고객 30여명 중 한 두명을 제외하곤 모두 다회용 컵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 카페 직원은 음료를 주문하는 고객에게 "머그잔으로 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경기 안양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 때문에 다회용 컵 사용을 꺼리는 손님도 있지만 고객 대부분은 매장 내에서 다회용 컵을 쓰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으면 설거지가 귀찮긴 하지만, 구매 비용 등이 줄어 운영 면에서 나쁠 건 없다. 다만 손님이 많은 대형 카페 매장에선 컵 세척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다회용 컵을 쓰는 게 코로나 때문에 찝찝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루에 커피를 두 번 정도 마신다는 직장인 김모(36)씨는 "아무래도 일회용 컵이 쓰기도 편하고 위생 측면에서 좀 더 나은 거 같다"고 말했다.

커피 컵을 들고 걸어가는 시민. [연합뉴스]

커피 컵을 들고 걸어가는 시민. [연합뉴스]

하지만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쓰더라도 코로나 전파 우려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컵만 잘 세척하면 비말(침방울)이 옮겨갈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비말은 입술보다 다른 신체 부위에 묻어 있기 때문에 다회용 컵에 입 대는 거로 곧바로 전파될 일이 거의 없다. 컵 세척만 제대로 하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 6월부터는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을 쓰면 보증금을 내야 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시행된다. 음료 구매 시 보증금을 낸 뒤 컵을 반납하면 돈을 돌려받는 식이다. 카페 안팎의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것이다.

시민단체에선 제도를 바꾸는 것만큼 시민의 거부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이번 고시 개정처럼 일회용 컵 사용을 다시 제한하는 게 맞다. 환경단체들도 단계적 일상 회복에 맞춰서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면서 "다만 일회용품 감축 효과를 끌어올리려면 다회용 컵 사용 시 가격 할인 등이 같이 가줘야 한다고 본다. 다회용기에 대한 시민 인식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