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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사당 점령했던 바이킹 모자 “간디처럼 살게요” 애원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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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 챈슬리(오른쪽)는 지난 1월 6일 의회 폭동 당시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의 주술사를 자처하며 독특한 복장으로 의사당을 돌아다녔다.[AP=연합뉴스]

제이컵 챈슬리(오른쪽)는 지난 1월 6일 의회 폭동 당시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의 주술사를 자처하며 독특한 복장으로 의사당을 돌아다녔다.[AP=연합뉴스]

지난 1월 6일 미국 의회 폭동 당시 극우 음모론 단체인 큐어넌의 '샤먼(주술사)'을 자처하며 독특한 복장으로 의사당을 헤집고 다녔던 제이컵 챈슬리(34)에게 징역 3년 5개월이 선고됐다.

17일(현지시간) 미연방법원은 수천 명의 사람과 함께 의회를 습격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승인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챈슬리에게 이런 판결을 내렸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폭동 당시 얼굴에 성조기 색의 페인팅을 한 챈슬리는 웃웃을 입지 않은 채 바이킹을 연상시키는 뿔 달린 털모자를 쓰고 다니며 눈길을 끌었다. 황소처럼 소리를 지르며 다른 사람들을 의사당 안으로 안내하는 모습이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그대로 노출됐다.

당시 펜스 부통령이 자리를 비운 상원의장석에 가서 "시간문제일 뿐이다. 정의가 오고 있다"는 협박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애리조나 출신인 그는 지난 대선을 전후해 여러 집회 현장에도 같은 복장으로 나타나 음모론을 퍼뜨리고 다녔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선 녹색 수의에 머리를 삭발한 채 나타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 1월 6일 의회 폭동 이후 제이컵 챈슬리를 체포한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 보안관실이 공개한 사진. 17일(현지시간) 재판에서도 삭발한 머리에 녹색 수의를 입고 나타났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지난 1월 6일 의회 폭동 이후 제이컵 챈슬리를 체포한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 보안관실이 공개한 사진. 17일(현지시간) 재판에서도 삭발한 머리에 녹색 수의를 입고 나타났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이날 재판에서 챈슬리는 자신이 반란이나 테러를 일으킨 사람이 아니라 단지 '법을 어긴 선량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예수와 간디에 비유해 판사의 관심을 끌었다.

정신적 깨달음을 얻기 전에 간디도 잘못을 저질렀고, 예수 역시 예루살렘 성전 앞에서 환전상들의 책상을 뒤엎은 일이 있었는데, 자신도 이들처럼 나쁜 짓을 한 뒤 좋은 일을 하게 될 거라는 주장이었다.

30분가량 이어진 진술에서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내가 비난받을 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을 맡은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당신이 인정한 대로 당신이 했던 일은 끔찍한 것"이었다며 이보다 더 형량을 줄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난입 사건 직후 체포된 챈슬리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했지만 거부됐다. 그는 구금된 동안 조현병과 조울증 등의 진단을 받았는데, 특히 트럼프가 사면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이날 밝혔다.

당시 의회 폭력사태로 4명이 숨졌고 경찰 14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CNN은 함께 기소된 660여 명 역시 챈슬리의 형량을 참고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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