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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폭로뒤 사라진 中테니스스타…"집에서 쉰다” 대필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난 사라지지 않았어요…집에서 쉬고 있어요.”

중국 관영방송 CGTN이 18일 공식 트위터에 공개한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5)의 이메일 내용이다. CGTN은 펑솨이가 스티브 사이먼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의장에게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장가오리 중국 전 부총리와 불륜 관계를 폭로한 중국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 펑솨이(彭帥). [트위터 캡처]

지난 2일 장가오리 중국 전 부총리와 불륜 관계를 폭로한 중국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 펑솨이(彭帥). [트위터 캡처]

중국의 장가오리(張高麗·75) 전 국무원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행방이 묘연해진 펑솨이 실종설을 일축하는 보도였다. 하지만 정작 사이먼 의장은 “이메일 대필 의심이 든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CNN·BBC 등 외신에 따르면 사이먼 의장은 성명을 통해 “이메일을 펑솨이가 직접 썼는지 아니면 누군가 대신 써준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이메일로 펑솨이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며 “중국 당국은 독자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그가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펑솨이가 폭로한 성폭행 의혹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국영 언론 CGTN이 펑솨이가 보낸 이메일이라며 공개한 내용. [트위터 캡처]

중국 국영 언론 CGTN이 펑솨이가 보낸 이메일이라며 공개한 내용. [트위터 캡처]

CGTN이 공개한 펑솨이의 이메일에는 자신이 실종되거나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적혀있다. 또 성폭행 폭로 뉴스를 비롯해 최근 자신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SNS에서는 이 이메일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네티즌은 CGTN이 공개한 이메일 사진에 타이핑 커서가 등장한 것을 증거로 들었다. 작성이 완료된 이메일 화면이라면 문장 중간에 커서가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첫 문장이 “여러분 안녕하세요”로 시작한 것에 대해 “사이먼 의장에게 보낸 편지라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인사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지적했다.

중국 국영 언론 CGTN이 펑솨이가 보낸 이메일이라며 공개한 내용.

중국 국영 언론 CGTN이 펑솨이가 보낸 이메일이라며 공개한 내용.

펑솨이는 지난 2일 웨이보에 장 전 부총리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뒤 지속해서 관계를 가졌다는 글을 올렸다. 장 전 부총리가 톈진 지역에서 근무하던 2007~2012년 테니스를 하자고 집으로 초청한 뒤 성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글은 게시 30분 만에 삭제됐고, 웨이보에서 그의 계정은 검색이 차단됐다. 이후 펑솨이는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펑솨이 측근의 말을 인용해 그가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오자 전 세계 테니스 스타들도 펑솨이 구명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펑솨이는 어디에 있는가(#whereispengshuai)’, ‘침묵을 멈춰라(#stopthesilence)’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중국 당국에 펑솨이의 소재를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다.

네티즌은 이메일 캡처 사진에 커서가 남아 있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트위터 캡처]

네티즌은 이메일 캡처 사진에 커서가 남아 있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트위터 캡처]

미국의 전 테니스 선수 크리스 에버트는 “나는 14살부터 펑솨이와 알고 지냈다”며 “지금 펑솨이는 어디 있나? 안전한가? 그 어떤 정보라도 알려주면 감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테니스 스타이자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인 오사카 나오미도 트위터에 “펑솨이의 소식이 끊겼다는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 펑솨이의 그 가족이 안전하고 무사하기를 바란다”며 “검열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절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자 테니스 랭킹 1위인 노박 조코비치도 “그녀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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