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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풀라고 함께 셀카”“빠트린 거 있을까 기다려”…애틋한 수능장 주변 풍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뉴스1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뉴스1

“떨지 말고 잘 봐. 화이팅!”
18일 오전 7시 서울 광진구 광남고 정문 앞. 승용차에서 내린 한 여학생이 부모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인사하자 차안에서 응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해도 사라진 응원전…차분한 입실 풍경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학부모가 기도를 하고 있다. 뉴스1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학부모가 기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장 주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차분한 분위기였다. 시끌벅적했던 과거 응원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수험생을 배웅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광남고 교문 앞에서 가족들은 조용한 응원을 했다. 한 엄마는 수험생 딸의 손을 꼭 붙잡고 “화이팅!”을 외쳤다. 엄마의 기를 받은 딸은 “다녀올게”라고 웃으며 교문으로 들어갔다. 수험생 딸을 온 가족이 끌어안고 등을 두드리며 기를 북돋워 주기도 했다. 학부모 김모(53)씨는 “아이에게 부담 주기 싫어서 담담하게 보내줬다”며 “올해 수능 수험생들이 코로나19로 고생 많이 했는데 다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입실 전 사진을 찍는 가족도 적지 않았다. 수험표를 든 자녀와 ‘셀카’를 찍거나 교문 앞에서 가족사진을 남기는 식이다. 동생이 교문 안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한 A씨(20·여)는 “지난해 수능을 봐서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다”며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동생 모습을 남기기 위해 영상을 찍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도 막지 못한 애틋한 마음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경기 성남시 분당고에서도 ‘수능 전통’처럼 여겨지던 대규모 응원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수험생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교문 주변에서 느껴졌다. 학교 근처 200m에 차를 세워두고 수험생 아들과 함께 걸어왔다는 아버지 정상원씨는 “일부러 차를 멀리 두고 아들과 걸으면서 농담도 하고 사진도 찍고 긴장감을 덜어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자녀 배웅 후에도 발길을 쉽사리 떼지 못했다. 두손을 모은 채 교문 밖을 서성이는 학부모가 종종 눈에 띄었다. 주부 김모씨는 “아이가 혹시라도 두고 나온 게 있다면서 되돌아 나올까 봐 교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초조함을 달래지 못해 30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부모도 있었다. 아버지 전모씨는 “부담 주기 싫어서 아무 말 하지 않고 들여보냈는데 떨리는 마음이 커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긴장감 넘치는 수능 현장을 미리 느껴보려 나와봤다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고1 권혁주군은 “2년 후 수능 분위기를 보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나왔다”며 “고등학생이 되니 남일 같지 않다. 고 3형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공부하면서 하루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 분당고 수험생 입실은 별다른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교문 안내를 맡은 교사 이모씨는 “코로나19 이전엔 응원전으로 교문 앞이 왁자지껄했는데 차분하고 조용한 이런 분위기가 훨씬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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