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대문보다 더 세게 때려도…런던 오염규제 효과 미미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18 06:00

영국 런던시는 2019년 4월 8일부터 시내 중심부 21㎢ 구간으로 진입하는 배출가스 초과 차량에 대해 12.5파운드(버스 100파운드)를 부과하는 ‘초저배출구역(ULEZ·초록색 간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상재 기자

영국 런던시는 2019년 4월 8일부터 시내 중심부 21㎢ 구간으로 진입하는 배출가스 초과 차량에 대해 12.5파운드(버스 100파운드)를 부과하는 ‘초저배출구역(ULEZ·초록색 간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상재 기자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영국 런던 지역에 도입한 초저배출구역(Ultra Low Emission Zone, ULEZ)의 오염 저감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대기오염을 지속해서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른 정책과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도시환경공학과 리앙 마 교수팀은 런던의 ULEZ 제도의 효과를 평가한 논문을 16일(현지 시각) 국제 저널인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했다.

오염 배출 많은 차에 '통행료' 부과

지난달 25일 영국 런던의 수소 동력 경찰차 대시보드에 붙어 있는 초저배출구역 기준 준수 스티커. 런던의 ULEZ에서는 자동차와 트럭이 특정 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통행료'를 내야 한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영국 런던의 수소 동력 경찰차 대시보드에 붙어 있는 초저배출구역 기준 준수 스티커. 런던의 ULEZ에서는 자동차와 트럭이 특정 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통행료'를 내야 한다. AP=연합뉴스

ULEZ은 시내 중심에 오염 배출이 많은 차량 진입을 제한하는 제도로, 오염 배출량이 많은 차량이 해당 구역에 진입하려면 높은 '통행료'를 내야 한다.
서울과 싱가포르, 스웨덴 스톡홀름, 이탈리아 밀라노 등지에서도 연료 유형이나 차량 연식 등에 따라 운행을 규제하는 저배출구역(LEZ) 제도를 도입했지만, 런던 중심부 21㎢에서는 가장 엄격한 ULEZ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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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2019년 12월부터 옛 한양 도성 지역에서 배출가스 5등급에 해당하는 노후 경유차 운행을 오전 6시~오후 9시 사이에 제한하고, 적발 시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녹색교통 진흥지역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오염도 별 차이 없어

사디크 칸 영국 런던 시장이 지난달 25일 런던 초저배출구역에서 전기자동차 운전자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디크 칸 영국 런던 시장이 지난달 25일 런던 초저배출구역에서 전기자동차 운전자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런던에서는 지난 2019년 4월 8일 ULEZ 제도가 도입됐는데, 연구팀은 도입 전인 2016년 1월부터 도입 후인 2020년 1월 사이에 ULEZ  안팎의 79개 측정지점에서 얻은 오염 데이터를 활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탓에 2020년 2월 이후의 데이터는 제외했다.
연구팀은 날씨 변화의 영향을 제거한 뒤 ULEZ 제도의 효과를 정량화하기 위해 계단형 회귀 불연속 설계(sharp RDD) 모델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 ULEZ는 대기 질을 개선에 약간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일부 측정 지점에서는 오히려 오염이 증가한 사례도 나타났다.
ULEZ 도입 전후로 지점별 상대적 오염도 변화는 이산화질소(NO2)의 경우 9% 감소에서 6% 상승까지, 오존(O3)은 5% 감소에서 4% 상승까지, 초미세먼지(PM2.5)는 6% 감소에서 4% 상승까지 분포했다.

전체적으로 이산화질소 농도 감소 효과는 평균 3% 미만이었고, 오존과 초미세먼지 농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다른 정책과 연계해야 효과 거둬 

노후 경유차 등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 옛 서울 한양도성 내부(사대문 안)의 '녹색교통지역'에 진입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단속카메라가 운영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노후 경유차 등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 옛 서울 한양도성 내부(사대문 안)의 '녹색교통지역'에 진입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단속카메라가 운영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연구팀은 "ULEZ 도입 자체가 오염개선과 인과 관계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ULEZ이 자동차 대기오염을 줄이는 효과적인 전략이 아님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런던의 대기오염 장기 추세를 보면, ULEZ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오염 감소가 일어났는데, 이는 여러 가지 정책이 결합한 효과이고, ULEZ 자체는 최근 몇 년 동안의 대기오염 감소에 중요하게 기여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ULEZ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대기 오염의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다른 여러 가지 조치도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버스와 택시의 전기화, 대중교통의 활성화와 지원, 오염 차량에 대한 부과금 부과 등과 같은 여러 부문에 걸쳐 배출량을 줄이는 광범위한 정책과 결합할 때 ULEZ이 잘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2019년 영국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4만 명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그중 약 4000명이 그레이터런던(Greater London)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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