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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이 바뀌었다? 단순 컨벤션 효과?…尹 지지율 뛰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을 찾아 사과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을 찾아 사과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인 표밭이다. 예컨대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의 전국 득표율은 41.1%였다. 그런데 광주는 61.1%, 전남은 59.9%, 전북은 64.8%일 정도로 호남의 지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20대 대선을 앞둔 현재 호남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2~13일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를 휴대전화 ARS(자동응답)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국 평균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32.4%,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5.6%를 기록했다. 호남 지지도만 보면 이 후보가 58.1%, 윤 후보가 20.1%를 기록했다.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 6~7일 전화면접조사한 결과에선 호남의 경우 이 후보가 54.1%, 윤 후보가 13.1%를 기록했다.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월등히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호남에서 보수당 후보인 윤 후보의 지지율은 괄목할 부분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대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둘 때에도 호남 득표율은 한 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서진(西進)정책’으로 호남에 공을 들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호남 두 자릿수 득표’로 화제가 됐는데, 그 때 득표율도 10.5%에 불과했다.

호남지역의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김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박 전 국회부의장. 윤 후보. 뉴스1

호남지역의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김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박 전 국회부의장. 윤 후보. 뉴스1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과거 보수당 후보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오는 것을 윤 후보 측에선 호남에 공을 들인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비록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삐끗했지만, 광주 정치인인 박주선·김동철 전 의원을 캠프에 영입하고 대선 후보로 결정된 뒤엔 호남을 찾아 전두환 발언을 즉각 사과한 결과라는 것이다. 윤 후보는 이용호 무소속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 영입도 시도하고 있다. 지역구 현역의원을 확보하지 못한 전북에도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박주선 전 의원은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호남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그 정신이 많이 훼손됐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재명 후보 개인에 대한 거부감도 큰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최병천 부원장은 역사적 맥락에서 호남의 지지율 변화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부원장은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 상승은 민주주의가 이젠 정착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호남이 민주당을 지지했던 건 민주화 이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인물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사건이 정서적인 지역주의로 발전한 결과였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지역구도는 점차 약화하고 이념과 세대가 뒤엉킨 구도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전 의원도 “호남의 2030세대는 지역색이 약하다. 부모와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호남의 지지율 변화는 분명 민주당이 위기로 봐야 할 부분”이라며 “민주주의가 정착한 시대의 호남은 이제 대선 후보에게 개혁과 함께 균형 감각을 동시에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선거운동이 이에 부합하는지 다시 생각해봐야할 때”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2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2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공동취재

다만 민주당 호남 의원들은 아직까진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는 있다.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인 김승남 의원은 “윤 후보의 지지율이 호남에서도 오른 것은 대선 후보 결정에 따른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뒤 관심 증가)라고 본다.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다시 이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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