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만 들진 않겠다” 김정숙처럼? ‘배우자 등판’ 늦춰지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2021.11.18 05:00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117일. 그럼에도 대선 유력 후보 배우자들의 ‘내조 경쟁’이 시작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배우자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오며 각 진영은 배우자들이 나설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중앙포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중앙포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씨(55)는 대선 레이스 초반인 지난 9일 낙상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면서 주목 받았다. 사고 경위에 대한 루머가 급속하게 퍼졌고, 캠프는 다양한 ‘가짜뉴스’에 대해 며칠에 걸쳐 적극 해명했다.

1주일이 지난 15일엔 온라인 매체가 검은망토를 입은 인사의 사진을 찍어 이를 김 여사라고 보도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일까지 생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반박자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반박자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49)도 아직 대선 후보의 배우자 자격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야당 경선이 시작되기 전 온라인 매체를 통해 기자와의 통화 내용이 일부 공개된 적이 있고, 지난달엔 ‘애교머리’를 잘랐다는 소식이 나온 정도가 전부다. 다만 윤 후보는 지난 5일 언론 인터뷰에서 “본선에 들어가면 일정 부분 대선 후보 아내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공식 등판’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 위해 부인 김건희 코비나 컨텐츠 대표와 함께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기 위해 부인 김건희 코비나 컨텐츠 대표와 함께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배우자들이 전면에 나서기 전부터 확인이 안 되는 의혹이 먼저 불거지면서 배우자들은 이미 정치 공세의 대상으로 규정됐다”며 “과거 ‘내조의 주역’으로만 배우자를 봤던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선 배우자들은 이미 주요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로 서민을 위로하는 ‘영부인 상’이 요구되는 점까지 감안하면 배우자들의 공식 등장에서 전달될 이미지와 발언, 태도 등이 상당해 중요해졌다”며 “특히 대표적 ‘참여형 영부인’으로 평가받는 김정숙 여사로 인해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각인효과가 커지면서 부담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 아들 문준용 군과 함께 서대문 독립공원 무대에 올라 대선출마을 선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 아들 문준용 군과 함께 서대문 독립공원 무대에 올라 대선출마을 선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문 대통령이 치른 여러차례의 선거 때마다 주목을 받았다.

김 여사는 2012년 대선을 4개월여 앞둔 그해 8월 『정숙씨, 세상과 바람나다』라는 책을 냈다. 책의 부제는 ‘어쩌면 퍼스트레이디’였다.

2018년 11월 G20 정상회의 중간 기착지인 체코 프라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8일 오전(현지시간) 프라하 성과 비투스 성당을 둘러 봤다. 꼼꼼하게 성당 내부를 둘러 보다 뒤쳐진 김 여사가 "우리 남편 어디갔냐'며 급히 뛰어 문 대통령에 다가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다.연합뉴스

2018년 11월 G20 정상회의 중간 기착지인 체코 프라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8일 오전(현지시간) 프라하 성과 비투스 성당을 둘러 봤다. 꼼꼼하게 성당 내부를 둘러 보다 뒤쳐진 김 여사가 "우리 남편 어디갔냐'며 급히 뛰어 문 대통령에 다가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다.연합뉴스

김 여사는 책에서 “남편의 뒤에서 꽃만 들고 서 있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남편을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편이 사람들이 바라는 세상을 여는 ‘문’이라면 나는 그 문의 고리라도, 아니 문이 열릴 때 옆에서 ‘삐거덕’ 소리라도 내는 그런 뭔가 나만의 역할을 찾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김 여사는 두번의 대선과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치렀던 총선과 재ㆍ보선 때도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목욕탕에서 지역 주민들을 만나며 내성적인 문 대통령을 보완했다는 일부의 평가도 있었다. 김혜경 여사가 동행하기도 했다.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씨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씨가 광주에서 함께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캠프]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씨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씨가 광주에서 함께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캠프]

다만 문 대통령 당선 이후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해외 순방 중 문화 행사 동선에 따르지 않으면서 대통령을 기다리게 하거나, 전용기에서 내려 대통령보다 앞서 걷는 모습 등이 포착되면서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선거 기간 후보 배우자로서 보였던 김정숙 여사의 외향적 활동은 선거에 플러스 요인이 됐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주목도가 청와대에서도 계속 이어지면서 현재의 ‘배우자 리스크’를 주요 변수로 부상시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라오스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비엔티안 와타이 국제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기 전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라오스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비엔티안 와타이 국제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기 전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는 이어 “특히 이번 대선이 전형적 네거티브 프레임으로 진행되면서 배우자들의 모든 측면이 공격 대상이 됐고, 공교롭게 여사 관련 의혹이 선거의 핵심인 MZㆍ여성ㆍ중도 표심에 영향을 줄 소지가 크다”며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여사들의 등판이 최대한 늦춰지고 역할이 축소되는 ‘여사 실종 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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