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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망토녀' 오보 소동, 밀착취재 스토킹 논란으로 번졌다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씨 자택 인근에서 취재 중이던 인터넷 매체 더팩트 기자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로부터 스토킹 행위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는 지난 10월 21일부터 시행 중인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팩트 ‘검은 망토女’ 오보 소동…‘스토킹’ 경고로 반전

지난 16일 오전 6시 더팩트는 ‘[단독] 이재명 부인 김혜경씨 깜짝 변신, 낙상 사고 후 첫 외출 포착’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15일 오후 이 후보 자택을 나서는 ‘검은색 망토와 코트, 검은 모자, 검은 선글라스로 온몸을 감싼 한 여성’이 이재명 후보 아내 김혜경씨라며 사진 두 장을 공개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쳤다.

당시 이 여성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을 뿐아니라 망토와 코트로 전신을 가려 김씨인지 식별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검은 망토 여성은 김씨가 아닌 수행원”이라고 반박했고 결국 오보로 밝혀졌다. 더팩트가 첫 보도 11시간만인 이날 오후 5시 ‘[정정] 김혜경씨 ‘낙상사고’ 후 첫 외출 포착 사진은 ‘수행원’이라고 사과 보도하면서다.

더팩트는 “마지막까지 정확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도된 기사로 인해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관계자, 그리고 독자 여러분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더팩트의 오보 사과 이후 상황은 대선 후보 부인에 대한 과도한 밀착 취재에 대한 ‘스토킹’ 논란으로 반전됐다. 더팩트 취재진이 전날 취재 과정에서 경기 분당경찰서로부터 스토킹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경고 조치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전날 ‘취재 차량’이라고 표시되지 않은 렌터카 4대를 동원해 이 후보 자택 인근에서 대기하다 김씨가 병원으로 이동하자 차량으로 따라붙었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 측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했고, 취재진의 행위가 스토킹처벌법상 ‘정당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경고’ 조치를 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의 경고에 따라 취재진은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반박자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반박자료]

민주당은 이날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이재명 바로 알기 팩트체크’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이를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습니다. 후보 배우자 과잉취재 관련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SNS에 “내 딸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취재 보도하던 언론사들이 생각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들(저와 제 딸을 취재하던)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 근처에는 가지도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정당한 밀착 취재’냐, ‘스토킹 범죄’냐 논란으로 비화

대선 후보 관련 밀착 취재에 스토킹 경고까지 나온 데는 국회가 올해 4월 20일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해 지난달 21일부터 새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 법에서 규정하는 ‘스토킹 범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어떤 행위를 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다.

이같은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흉기 등을 이용해 스토킹 범죄를 일으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대선 후보 부인에 대한 취재’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취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데는 지난 9일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낙상사고를 당한 뒤 사고 경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측도 이에 이 후보가 직접 구급차로 이송되는 김씨 곁을 지키는 CCTV 장면과 119 전화신고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김혜경씨 낙상사고 의혹에 적극 대응에 나섰다. 김씨 역시 지난 14일 명심캠프 토크쇼에서 “(사고 당시) 잠시 기절했었는데 눈 뜨는 순간 우리 남편이 ‘이 사람아’ 하고 울고 있더라, 되게 뭉클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 배우자실장 이해식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9일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병원이송 사진을 공개했다. [이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 배우자실장 이해식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9일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병원이송 사진을 공개했다. [이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 후보 측이 언론을 통해 “김씨와 수행원들이 불안증세를 호소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의문도 제기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과잉취재가 예상되니 일부러 수행원을 그림자 무사 또는 디코이(유인하는 사람)로 먼저 보냈다고 하는 것인데 수행원이 불안증세를 왜 보이는 건지도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김혜경씨는 대선이라는 한시적 상황 속 전 경기지사이자 현 대선 후보의 배우자로서 공적 인물로 볼 여지가 크다”며 “공인(公人)에 대한 국민 알 권리 차원의 취재 활동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층간소음 항의나 빚 갚으라는 독촉 등의 사인 간 분쟁에 스토킹처벌법이 쓰이는 경우도 있다”며 “법이 시행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판례가 쌓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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