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해쳇 CEPI 대표 "SK바사 백신 내년 상반기 상용화 기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리처드 해쳇 감염병혁신연합(CEPI)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리처드 해쳇 감염병혁신연합(CEPI)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국산 백신이 내년 상반기엔 상용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백신을 (저개발 국가 등) 전 세계에 공급해 감염 확산을 낮추는 것이다.”

리처드 해쳇 감염병혁신연합(CEPI)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국가간 백신의 ‘빈익빈 부익부’로 바이러스가 순환한다면서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내놨다.

CEPI는 2017년 신종 감염병 백신 개발을 위한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출범한 국제 민간 기구다.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는 백신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ㆍ이하 코백스)를 구축했고, 백신의 글로벌 투자ㆍ제조ㆍ공급을 조율하고 있다.

특히 코백스에서 CEPI의 중심 역할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다. 세계 각국 정부와 자선기금 등에서 공여를 받아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에 투자하는 형식이다. 한국도 2020년 CEPI에 가입해 20~22년까지 매년 3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EPI의 투자를 받은 대표적인 제약사는 미국의 모더나사,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사가 있다.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먼저 임상 3상에 들어간 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사)도 CEPI의 지원을 받아 백신을 개발 중이다. 한국과의 백신 협력을 위해 방한한 해쳇 대표를 직접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CEPI, SK 바사에 2억달러 이상 투자”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리처드 해쳇 감염병혁신연합(CEPI) 대표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리처드 해쳇 감염병혁신연합(CEPI) 대표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한 목적이 무엇인가.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는데 그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우선 한국 기업에 대한 CEPI의 투자가 매우 늘었다. SK바사에는 2억 달러 넘게 투자했고, GC녹십자와는 위탁생산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런 관계들을 공고히 하고 한국 정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전날(16일)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나.
한국의 글로벌 백신 허브화 목표를 공유했다. 한국산 백신 생산 목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안재용 SK 바사 사장이 배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건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이슈에 대해 심도 있는 이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CEPI가 투자한 SK바사의 코로나19 백신(GBP510)의 경우 현재 임상 3상에 진입했다. 내년쯤엔 상용화가 가능할까.
어제 문 대통령과의 면담자리에서 안재용 SK바사 사장이 ‘모든 것이 매우 빨리 진행되고 있고 내년 상반기에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빨리 내년에 상용화됐으면 좋겠고, 또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백신 개발 성공할 경우 일정 물량 코백스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다섯 번째)이 16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한-감염병혁신연합(CEPI) 백신 라운드테이블'에서 리처드 해쳇 CEPI 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다섯 번째)이 16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한-감염병혁신연합(CEPI) 백신 라운드테이블'에서 리처드 해쳇 CEPI 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CEPI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백신 개발에 성공해 물량을 전 세계에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투자를 받은 제약사에서 백신 개발에 성공했을 때 코백스에 가는 물량은 어느 정도인가.  
통상 R&D 계약을 할 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특정 수량을 우리에게 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총 투자액에서 코백스가 차지하는 비율만큼 생산량의 일정 퍼센티지(%)를 제공하는 거다. 둘 다 코백스가 ‘우선 매수 청구권’을 갖고 있다. 할당된 백신 물량 중 코백스가 일부만 받아올지 전부 받아올지를 결정한다. 개발된 백신을 코백스가 원하지 않을 경우 개발사에서 자유롭게 수량 공급이 가능한 구조다.  
SK 바사의 경우 두 가지 중 어떤 방식으로 계약했나.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만약 기억한다고 해도 기밀 사항이다. 
백신은 어떤 과정을 거쳐 각 국에 보내지나.
복잡한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백신이 개발되면, 기본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 심사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 허가가 완료되면 해당 백신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이 생겨난다. 그럼 해당 국가들의 상황을 보고 그 국가가 유통 기한 내 조달이나 소비가 가능한 상황인지 판단한다. 이후 백신과 국가간 매칭을 시도해야 한다. 특히 일부 국가는 특정 백신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mRNA 백신은 콜드체인(초저온 냉동 유통) 방식이 잘 갖춰져야 하는데 이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CEPI 투자 받은 모더나, COVAX 물량 적어 비판받기도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접견실에서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리처드 해쳇 대표와 면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접견실에서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리처드 해쳇 대표와 면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이런 흐름에도 저개발 국가로 가는 백신 물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뉴욕타임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접종한 백신의 약 75%는 고소득 및 중상위 소득 국가에서 사용됐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0.7%만이 투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EPI로부터 약 90만 달러(9억9000만원)의 지원을 받은 모더나사는 약속과 달리 부유한 국가에만 백신을 판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10월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모더나가 현재까지 저소득(세계은행 분류 기준) 국가에 제공한 백신 물량은 약 100만회분 정도다. 이는 백신 출하를 추적하고 있는 생명과학 데이터 회사 ‘에어피니티’의 분석 결과다. 뉴욕타임스는 모더나가 이에 대해 반박하며 “2022년까지 빈곤 국가에 10억도즈 납품 가능하도록 ‘현재 투자 중’”이라고 말했지만 저소득 국가에 얼만큼의 백신을 제공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부스터샷 접종 확대보다 균등한 분배 더 중요”   

이같은 상황과 더불어 해쳇 CEPI 대표는 최근 백신 선도국들이 추가 접종(부스터샷)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17일 한국의 질병관리청도 50대 이상은 5개월, 60대 이상은 4개월 간격으로 추가 접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접종 간격을 단축하고 대상을 확대해 최근 늘고 있는 고령층의 돌파감염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세계 각국이 부스터샷 접종에 나서고 있는 건 어떻게 보나.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면역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부스터샷이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경우 백신에 대한 접근이 많이 제한돼 있다. 한쪽은 접종률이 높고, 한쪽은 낮은 상태면 바이러스가 순환하는 환경을 만들게 된다.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도 (이런 순환으로) 백신을 무효화하는 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백신을 전 세계에 공급해 감염 확산을 낮추는 것이고 그게 부스터샷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백신 외에 최근 머크사와 화이자사는 경구용 치료제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엄청난 성과라고 본다. 경구용 치료제는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시점에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화이자가 만든 치료제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심해지지 않는다면, 백신과 치료제를 통해 장기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도 팬데믹 상황은 어떻게 전망하나
백신의 경우 수십억 도즈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공급 부족 현상은 잡힐 것으로 본다. 백신 배분을 하는 데 모두가 노력한다면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 확산하더라도 위급한 팬데믹 상황도 종료될 것이라고 본다. 중요한 건 어떻게 위드 코로나로 가느냐다. 궁극적으로는 확산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비관적이고 싶진 않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고 본다. 어떤 식으로든 세계는 달라질 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