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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 급발작' 벌써 100명…캐나다 괴질환, 랍스터가 밝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캐나다 동부 뉴브런즈윅주의 로저 엘리스(64)는 2년 전부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잦아졌다. 식사하던 중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병원에 실려 가곤 했다. 그때마다 의사들은 “신경계 질환으로 보인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게 병명도, 치료법도 모른 채 쇠약해진 엘리스는 현재 1년 넘게 요양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건강한 뇌(왼쪽)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환자의 뇌. [AFP=연합뉴스]

건강한 뇌(왼쪽)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환자의 뇌. [AFP=연합뉴스]

캐나다 동부를 떠도는 원인 불명의 뇌 질환이 주 정부와 과학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지난 2년 사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과 경련, 행동 장애를 겪는 환자가 늘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인지 장애, 근육 손실, 환각 등의 증상으로 발전했다. 간질·뇌졸중·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광우병)·뇌염·뇌암 등 일반적인 뇌 질환 증상이었다. 하지만 검사 결과 병명이 뚜렷이 나오지 않았다. 엘리스도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이 질환의 존재는 지난해 각 병원이 보건 당국에 보고한 메모가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정체불명의 괴질환이 동시에 보고되자 주 정부가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확인 결과 처음 의심 사례가 보고된 건 2015년이고, 그로부터 4년 뒤인 2019년 11건, 2020년 24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집계된 공식적인 환자 수는 48명이다. 하지만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비슷한 증상을 겪는 환자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9명이 사망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환경적 요인이나 오염 물질을 발병 원인으로 지목했다. 환자 상당수가 뉴브런즈윅주에서도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 거주하는 등 공통된 요인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주 정부도 뒤늦게 이 질환을 ‘집단 발병’으로 규정하고 역학 조사에 나섰다. 지난 3월 예비조사 결과 발표에서 주정부는 “비정형 신경계 증후군으로 보이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질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8개월 뒤 최종 보고 내용은 달랐다. 이 질환과 환경적 요소는 인과관계가 없으며, 환자들 간의 연결고리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는 주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어서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얘기였다.

유족과 환자 가족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주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문제에 눈감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주 정부가 사망한 환자들의 조직 샘플 검사를 금지했다는 폭로가 나오는 등 조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엘리스의 아들 데이비스는 “정부는 이 일을 감추려고 한다”며 “이 질환은 공중보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정부는 그 원인을 밝히고 치료 방법을 찾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또 다른 과학자들은 뉴브런즈윅주의 경제를 이끄는 ‘바닷가재’ 수확 시장과 이번 사건과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괴질환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는 독성 화합물인 ‘BMAA(베타-메틸아미노-L-알라닌)’가 바닷가재에서 검출됐다는 연구결과 때문이다. 남조류가 내뱉는 BMAA는 알츠하이머와 루게릭 등 퇴행성 뇌 질환을 유발한다.

한 과학자는 가디언에 “사망자의 조직 샘플을 들여다보는 건 기본”이라며 “공식적인 환자 수와 연령대, 발병 지역 등 기본적인 조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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