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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네이버’ 이해진 승부수···왜 ‘81년생 CEO 최수연’인가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네이버가 81년생 여성 임원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현재 CEO보다 열네 살 아래의 변호사 출신 워킹맘이다. 1999년 네이버 창립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화다.

네이버 차기 CEO에 내정된 최수연 책임 리더. 사진 네이버

네이버 차기 CEO에 내정된 최수연 책임 리더.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최수연(40) 글로벌 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차기 CEO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한성숙 CEO가 네이버를 이끈 지 약 4년 8개월 만의 리더십 교체다.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교체된다. 78년생 김남선 사업개발ㆍ투자ㆍ인수합병(M&A) 책임리더가 차기 CFO로 내정됐다. 이들은 내년 3월 주주총회 승인 후 코스피 시총 3위(66조원)의 국내 최대 IT 기업 네이버를 이끌게 된다.

81년생 CEO 최수연은 누구

최수연 CEO 내정자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졸업 후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공채 입사해,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4년간 근무했다. 이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딴 후,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주로 기업 M&A와 회사법을 다뤘다. 이후 미국 하버드 로스쿨(LLM, 법학전공자를 위한 1년 법학 석사) 졸업 후, 2019년 11월 친정인 네이버에 돌아왔다. CEO 직속 조직에서 글로벌 사업 지원을 총괄했다.

최수연 차기 네이버 CEO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최수연 차기 네이버 CEO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네이버 측은 “최 내정자가 국내외 사업 전반을 지원하며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 회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 및 해당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점을 높이 샀다”고 내정 이유를 밝혔다. 최 내정자는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전반을 지원하면서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수연 리더는 최고 경영진은 물론 다양한 CIC 사업리더들을 가장 폭넓게 만나며 ‘글로벌 네이버’의 전략을 짠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이버 관계자는 “이사회는 지금 네이버 리더로 특정 사업을 주도한 이력보다, 네이버의 많은 사업을 조율하고 시너지를 키울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며 “최근 최 내정자가 보여준 글로벌 사업에 대한 큰 관점을 이사회가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율촌에서 최 내정자와 함께 일했다는 한 변호사는 “(최 내정자는) 똑똑하고 일을 잘할 뿐만 아니라, 놀기도 좋아하는 등 성격이 살갑고 붙임성 좋은 인재”며 “다들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최 내정자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김남선 차기 네이버 CFO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김남선 차기 네이버 CFO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CFO로 내정된 김남선 책임리더 역시 서울대 공대와 하버드 로스쿨(JD, 비법학 전공자를 위한 3년 과정 법학 박사)을 졸업했다. 미국 로펌에서 변호사로 2년간 일하다, 모건스탠리ㆍ맥쿼리 등에서 일하며 M&A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8월 네이버 사업개발, 투자 및 M&A  총괄리더로 합류했다.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6600억원 규모), 이마트ㆍ신세계와 지분 교환(2500억원 규모) 등 최근 1년간 잇따라 나온 주요 투자를 주도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일해온 김 내정자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진기지’ 네이버

네이버의 이날 발표는 ‘세대교체’와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로 압축된다. 오늘의 네이버를 만든 1세대가 물러나고, 네이버 밖에서 글로벌 경험을 쌓은 '젊은 피'로 세대교체하는 의미가 크다. 네이버 이사회는 최 내정자가 “회사에 대한 안팎의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며 장기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남선 내정자를 비롯해 두 사람이 “다양한 필드에서의 경험과 새로운 영역을 넘나드는 도전적인 이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도 했다.

최수연 네이버 CEO 내정자(오른쪽)와 김남선 네이버 CFO 내정자. 사진 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CEO 내정자(오른쪽)와 김남선 네이버 CFO 내정자. 사진 네이버

최수연·김남선 리더십 하에 네이버는 글로벌 전진기지로서 역량을 강화할 전망이다. 회사는 2019년 창립 20주년 당시 ‘글로벌 네이버’ 전략에 필요한 외부 인재를 영입하기 시작했다. 창업자와 같은 세대인 한성숙 대표 이후 차기 CEO를 물색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최수연ㆍ김남선 두 내정자가 네이버에 입사한 배경이다. 실제 두 사람은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결정한 굵직한 거래를 가까이서 지원하고 주도했다. 네이버는 이날 새로운 리더들의 역할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장점으로 국내외 파트너들과의 시너지 형성 ▶사업간 협력과 전략적 포트폴리오 재편 ▶신규 사업에 대한 인큐베이팅을 꼽았다. 커머스, 웹툰,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현재 네이버의 주력 신사업뿐 아니라, 향후 글로벌 시장서 통할 미래 기술과 사업모델도 키워야 한다.

파격 인사 후, 네이버의 과제

이번 리더십 개편은 지난 5월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 이후 이사회가 경영진에 던진 과제 중 일부다. 이사회는 현재의 CXO 중심 경영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고 경영쇄신도 주문했다. 네이버는 이날 CEO 내정자 발표 이후 “이제 경영쇄신을 위한 다음 단계로 돌입한다”며 “두 내정자가 ‘네이버 트랜짓 태스크포스(NAVER Transition TF)’를 가동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구축과 조직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두 내정자는 TF를 통해 CXO 체제의 대안을 마련하고, 함께 일할 경영진을 네이버 안팎에서 찾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를 비롯한 기존 경영진은 내년 3월 임기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돕고, 이후에도 네이버의 글로벌 도전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 네이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 네이버

파격 인사인 만큼, 지켜보는 눈도 많다. 네이버 CEO는 창업자인 이해진, 김범수(현 카카오 의장) 대표 체제를 거쳐 언론인 출신 최휘영, 판사 출신 김상헌, 서비스 전문가 한성숙 순으로 이어졌다. 창업, 수성, 변화 어느 쪽이든 노련함을 갖춘 리더들이었다. IT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안팎에서 최 내정자가 네이버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걸로 안다”며 “도전과 쇄신에 필요한 인재이지만, 앞으로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