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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판 역사 결의 3만6000자 공개…독재 막을 ‘개인 숭배 금지’ 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중국공산당(중공) 기관지 인민일보가 17일 1면을 포함해 다섯 면에 걸쳐 지난 11일 당 연례회의에서 채택한 ‘역사 결의’ 전문을 게재했다.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 이은 세 번째 ‘역사 결의’다.

이번 결의에서는 개인 숭배 금지, 종신제 금지, 집단 지도 등 독재에 제동을 걸 문구가 사라졌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국가주석)의 장기 집권과 당의 집단지도체제가 변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 주석은 내년 하반기 개최될 제20차 당 대회에서 세 번째 임기의 총서기 취임이 확실시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종신도 시야에 들어왔다”고 전망했다.

3차 역사결의 주요 키워드 등장 횟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3차 역사결의 주요 키워드 등장 횟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공은 역사 결의를 거듭할수록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는 용어인 ‘착오(錯誤)’는 1945년 1차 결의에 125회, 81년 2차 결의에 96회 등장한 데 비해 이번 결의에서는 14차례 등장했다. 반대로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성취’는 16회 등장했다. 손인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강국이 자기 성찰 능력을 상실할 경우 오만에 빠져 위기관리에 실패하곤 했다”고 지적했다.

3차 결의는 마오 시대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에 대해 유감이라고 전제하고 “신중국 성립 이래 가장 엄중한 좌절과 손실을 겪었으며 교훈은 극히 비통했다”고 했다. 대신 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에 대해선 ‘정치 풍파(소동)’ ‘동란’이라는 종래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불과 2년 전 벌어진 홍콩 시위를 진압한 것도 시 주석의 13가지 업적 중 하나로 열거했다. 결의는 “한 때 ‘반중난항(反中亂香, 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히다)’ 활동이 창궐했지만, 중앙에 의한 전면적인 통치와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주도한 3차 역사 결의 전문은 3만6000여 자(字)에 달했다. 45년 1차의 2만8000여 자, 81년 2차의 3만4000여 자를 능가했다. 시대별 분량은 마오 시대가 약 5600자, 덩 시대와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부분은 합쳐 약 4100자를 차지했다. 반대로 9년에 불과한 시 주석 집권기는 집권 직전 중공의 당내 사정을 회고한 뒤 분야별 업적을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약 1만9000자를 차지했다.

역대 지도자의 이름 등장 회수도 시 주석이 압도했다. 시진핑은 22회로 마오(18회)를 능가했고, 덩(6회)의 3배 이상이었다. 장쩌민·후진타오는 각각 1회 등장했다. 마르크스는 44회 등장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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