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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 4조원대 수출 임박…정부, 최대 실적에도 당혹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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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랍에미리트(UAE)에 4조원대 규모의 한국산 요격 미사일 수출이 임박했다. UAE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수출 대상 무기체계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LIG넥스원 등이 공동 개발한 지대공 요격 미사일 ‘천궁’의 개량형인 ‘천궁-Ⅱ’다. 천궁은 항공기 요격용이지만, 천궁-Ⅱ는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까지 갖춘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핵심 무기체계다. 정부 관계자는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이 14~19일 UAE의 두바이 에어쇼에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해 막판 협상으로 성과를 거뒀다”며 “올해 안에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 Ⅱ’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사진 방위사업청]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 Ⅱ’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사진 방위사업청]

UAE 국방부는 “계약 규모가 35억 달러(4조1370억원) 상당”이라고 적시했다.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나라가 액수까지 밝히며 구매 내용을 밝히는 건 이례적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국내 방위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로 기록된다.

하지만 테러 집단의 교민 위협 등 중동발 리스크를 우려하는 정부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정부는 대중동 무기체계 수출에 대한 공개를 자제해왔는데 UAE 당국이 계약도 하기 전에 내용을 공개하면서 당황하는 분위기다. 양욱 한남대 경영·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가격과 조건 등이 사전에 밝혀지면 경쟁 업체들이 덤핑 등으로 가로채려 할 수 있다”며 “다른 무기체계의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UAE, 방공 미사일 ‘천궁’ 구매 의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UAE, 방공 미사일 ‘천궁’ 구매 의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천궁-Ⅱ는 5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 2018년 양산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11월 군에 인도됐다. 사격통제소, 다기능레이더, 3대의 발사대 차량 등으로 1개 포대가 구성된다. 발사대 하나당 8발의 요격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요격 무기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명중률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지난 7월과 8월 ADD 안흥시험장에서 각각 탄도미사일과 항공기에 대한 요격 시험을 한 결과 표적에 모두 명중했다고 밝혔다.

천궁-Ⅱ의 UAE 수출은 지난 2017년부터 타진됐다. 이미 당시에 양국 정부가 요격 미사일 시험과 성능 평가에 유리한 광활한 사막이 있는 UAE에 요격미사일 시험장을 세우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그 뒤 개발이 완료되고 성능시험과 전력화까지 마치면서 수출 궤도에 올랐다.

한국은 그간 UAE 지대공 미사일 사업에서 이스라엘과 경쟁해왔다. UAE는 지난해 이스라엘과 수교했지만, 한국과는 2009년 이후 한국형 원전 APR-1400 도입 사업을 하면서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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