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르 찾은 여행객 '떼창' 불렀다...파리는 날마다 축제

중앙일보

입력 2021.11.17 22:47

업데이트 2021.11.18 14:19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에펠탑을 구경하는 사람들. 올해 6월부터 EU 회원국, 방역 우수국가 여행객을 대상으로 무격리 입국을 허용한 프랑스에는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에펠탑을 구경하는 사람들. 올해 6월부터 EU 회원국, 방역 우수국가 여행객을 대상으로 무격리 입국을 허용한 프랑스에는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2019년 한 해 외국인 1910만 명이 방문한 프랑스 파리. 코로나 시대 세계 최대 관광도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10월 말 프랑스를 직접 가봤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첫 방문이다. 달라진 게 너무 없어서 놀랐다. 10월 30일 프랑스의 코로나 하루 확진자는 7360명이었다. 11월 10~16일에는 하루 평균 1만1215명이 확진됐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확진자 증가세다. 프랑스의 백신 접종률은 68.9%로 한국보다 한참 낮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외국인 입국 정책을 비롯한 현재의 방역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관광산업이 GDP의 9.6%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해외여행 재개 분위기에 힘입어 파리로 향하는 한국인도 늘고 있다. 여행 플랫폼 ‘카약’에 따르면 10월 프랑스행 항공권 검색량이 8월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먼저 일상을 되찾은 세계 최대 관광도시의 현장을 전한다.

6월부터 한국인 무격리, 신속한 입국

프랑스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 실외에서는 벗어도 된다. 외국인에게 일찌감치 국경을 개방하면서 공항도 북적북적한 모습이다. 사진은 파리 샤를드골공항.

프랑스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 실외에서는 벗어도 된다. 외국인에게 일찌감치 국경을 개방하면서 공항도 북적북적한 모습이다. 사진은 파리 샤를드골공항.

프랑스가 외국인 무격리 입국을 시작한 건 지난 6월이다. 현재 EU 회원국, 솅겐 국가와 한국을 포함한 17개국을 방역이 우수한 ‘그린 존’으로 분류해 백신을 접종했거나 코로나 음성 확인서만 있으면 조건 없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일찌감치 국경을 개방해서였을까. 샤를 드골공항 입국 수속 과정은 신속했다. 인천공항이 입국자에게 4가지 서류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드골공항 입국심사관은 여권만 봤다. 비행기 탑승 수속 때 이미 백신 접종 증명서를 확인했기에 중복 심사를 안 하는 거다.

파리 시내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면 펜데믹 시대라는 걸 느끼기 어려웠다. 문만 열고 나가면 대부분 마스크를 벗었고 박물관, 식당 등 실내시설을 이용할 때는 보건 패스를 확인했다. 12세 미만 아이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안 썼다. 과감한 ‘위드 코로나’ 정책을 한국보다 다섯 달 앞서 시작한 나라다운 풍경이었다.

단풍 물든 튈르리 정원에서 파리 시민들이 조깅을 즐기는 모습. 바로 옆이 루브르박물관인데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단풍 물든 튈르리 정원에서 파리 시민들이 조깅을 즐기는 모습. 바로 옆이 루브르박물관인데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10월 30일 아침, 숙소인 파크하얏트 파리 방돔을 나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드문드문 조깅하는 사람이 보이는 튈르리 정원을 지나 카루젤 개선문을 통과한 순간 박물관 입구에 늘어선 긴 줄이 보였다. 이미 모든 시간대 예약이 마감된 탓에 입장할 수 없었다. 하릴없이 센강 건너편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슈퍼 리치와 스타 건축가의 합작품

수많은 관람객으로 북적북적한 오르세 미술관.

수많은 관람객으로 북적북적한 오르세 미술관.

오르세미술관도 줄이 만만치 않았다. 다만 예약은 필요 없었다. 모네의 ‘수련’ 연작, 고흐의 ‘론강의 별밤’ 등 책에서만 봤던 명작이 수두룩했다. 특히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워낙 판형이 큰 데다 인물들의 눈빛이 생생해 한참을 붙박여 있었다. 온갖 언어를 쓰는 외국인에 둘러싸여 그림을 감상했다. 한국어도 간간이 들렸다.

옛 증권거래소 건물에 들어선 미술관 '피노 컬렉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건물 중앙에 회색 벽을 둘러서 독특한 공간을 빚어냈다.

옛 증권거래소 건물에 들어선 미술관 '피노 컬렉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건물 중앙에 회색 벽을 둘러서 독특한 공간을 빚어냈다.

파리는 문화 자원이 풍부한 도시다. 미술관 투어만 계획해도 닷새는 필요할 정도다. 그래서 일정을 잘 짜야 한다. 미술관 투어 목록을 만든다면 올해 5월 개장한 ‘피노 컬렉션’을 포함하는 게 좋다. 프랑스에서 네 번째 부자인 프랑수아 피노가 만든 미술관이다. 피노는 구찌·발렌시아 등을 소유한 ‘케링 그룹’의 설립자다. 미술품 약 1만 점을 소유한 슈퍼 리치가 만든 미술관이란 점도 흥미롭지만, 옛 증권거래소 건물을 1억 유로(약 1342억원) 들여 개보수한 주인공이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건물 중앙 홀 안에 지름 30m, 높이 10m의 콘크리트 벽을 세워 ‘건물 속 건물’을 구현한 모습이 과연 이채로웠다. 오르세 미술관에 없는 최신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에펠탑 운집한 전 세계 여행객

몽마르트르 언덕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은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으로 인산인해였다.

몽마르트르 언덕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은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으로 인산인해였다.

몽마르트르 언덕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은 과연 인산인해였다. 버스킹 가수가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부르자 주변 여행객이 ‘떼창’을 연출했다. 저물녘 찾아간 에펠탑은 거대한 축제장 같았다. 오후 8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에펠탑이 화려한 조명으로 반짝이자 사방에서 탄성이 터졌다. BTS가 등장한 줄 알았다. 너무 유명한 관광지여서 식상하게 여겼으나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전율이 일었다. 멕시코에서 온 관광객 알코세르는 “바로 이 장면을 보기 위해 파리에 왔다”며 가족끼리 와인 잔을 부딪쳤다. 헤밍웨이의 책 제목이 떠올랐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

에펠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멕시코 관광객의 모습.

에펠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멕시코 관광객의 모습.

루브르박물관, 에펠탑 같은 곳에서 펜데믹 상황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면 숙소는 나름대로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었다. 이틀간 묵은 파크하얏트 파리 방돔 호텔은 입실할 때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줬고, 직원이 직접 객실 문에 붙은 방역 완료 스티커를 떼 보였다. 역시나 호텔에도 여러 국적의 투숙객이 보였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호텔 로비와 레스토랑은 북적북적했다. 파크하얏트 파리 방돔 '요그 레서' 부총지배인은 “올 하반기에 2019년 수준으로 영업이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루브르 박물관 인근에 자리한 파르하얏트 파리 방돔 호텔은 올 하반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영업을 회복했다. 아침식사 시간 1층 레스토랑 모습.

루브르 박물관 인근에 자리한 파르하얏트 파리 방돔 호텔은 올 하반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영업을 회복했다. 아침식사 시간 1층 레스토랑 모습.

귀국 전, 호텔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약국에서도 받을 수 있지만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PCR 검사는 일부 약국만 가능하고 대기 시간도 긴 편이다. 가격은 약 50유로(6만7000원). 반면 호텔에서는 160유로(약 21만원)였다. 세 배 값이어도 검사업체 직원이 객실로 올라와 신속하게 검사를 해줘서 많은 투숙객이 이용한단다. 4시간 만에 음성 결과서가 문자로 날아왔다. 호텔 컨시어지에서 문서를 출력해 귀국길에 올랐다. 익숙하고도 낯선 파리였다.

여행정보
프랑스에 무격리 입국하려면 영문 백신 접종 증명서나 PCR 검사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다.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는 접종 7일 후, 얀센은 접종 28일 후 입국할 수 있다. 입국 심사 때 안 보는 경우가 많지만 여행서약서도 필요하다. ‘주프랑스한국대사관’ 사이트에 있다. 보건 패스는 공항이나 파리 시내 약국에서 발급한다. 약국마다 가격이 다르다. 최대 36유로. 에어프랑스가 인천~파리 노선에 주 3회 취항 중이다. 인천에서 월·목·토요일, 파리에서 수·금·일요일 출발한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