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축만 살 것" 윤석열에 날세운 김종인…김한길 통합위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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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에서 조용히 협의가 진행돼온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안을 놓고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공개적으로 이견을 노출하며 맞붙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선대위의 원톱을 맡을 예정이다. 후보와 선대위 원톱 예정자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선대위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기구를 꾸리겠다는 윤 후보,이에 반대하는 김 전 위원장의 의견차였다. 윤 후보는 후보 직속 기구로 국민통합위원회 설치를 추진 중이다.

이날 공개 일정에 없던 둘의 회동 사실을 알린 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였다. 기자들을 만난 이 대표가 “오늘 윤 후보를 만나기로 했는데,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먼저 만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기자들이 ‘윤석열-김종인’ 회동 여부를 재차 묻자 이 대표는 “오후에 만났다”고 확인해 줬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과 나눈 논의내용도 전달받았는데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서 나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출판기념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김 전 위원장에게 선대위 합류를 사실상 공개 요청했다. 왼쪽부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윤 후보, 김 전 비대위원장, 금태섭 전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출판기념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김 전 위원장에게 선대위 합류를 사실상 공개 요청했다. 왼쪽부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윤 후보, 김 전 비대위원장, 금태섭 전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광화문 사무실 앞의 기자들에게 회동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만날 기회가 있어야 만나지”라거나 “종일 혼자 있었다”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또 선대위 잠정안도 “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차를 타고 떠나려던 그의 발길을 세운 건 ‘김한길 전 대표가 국민통합위원장 맡을 거라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이었다. 그는 “국민통합이라는 건 과거에도 해봤지만, 이름만 내건다고 국민통합이 되는 거냐”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시대적 극복과제'로 제시한 ‘양극화’를 언급하며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민통합을 하려면 뭘 어찌해야 하느냐. 아무렇게나 말로서 통합이 되는 게 아니다. 본질적인 것을 해결해야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날을 바짝 세웠다.

‘김한길 전 대표 말고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기구만 하나 만들어놓고 몇 사람 들어간다고 국민통합이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짓은 괜히 국민한테 빈축만 사지 별 효과가 없다”고 발언 수위를 높여 나갔다. 기구를 만드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이어 18대 대선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 박근혜 후보가 통합위원장을 하고, 그 밑에 한광옥 전 의원을 데려다가 부위원장 시켰는데 지금 국민통합이란 게 요만큼이라도 된 게 있느냐”고 되물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가 17일 오전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고(故) 이상희 하사의 부친인 이성우 유족회장. 임현동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가 17일 오전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고(故) 이상희 하사의 부친인 이성우 유족회장. 임현동 기자

직후 윤 후보 측은 "만나지 않았다"는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뒤엎는 메시지를 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SNS 단체방에 ‘알려드립니다’라며 “오늘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선대위 구성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고 알렸다. 또 “구성과 조직에 대해 대체적인 의견 일치를 보았고 중요 직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며 “후보의 인선 방안에 대해서 큰 이견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이 생각하는 정책의 방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개적으로 반대한 김 전 위원장의 뜻과는 달리 국민통합위 설치 의사를 분명히 밝힌 모양새였다.

이 수석대변인의 메시지에서 특히 눈길을 끈 건 “후보는 정치입문부터 지금까지 경험과 경륜이 높은 김종인 전 위원장으로부터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또한 김한길 전 대표님과 김병준 전 위원장으로부터도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는 대목이었다.

 윤 후보는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에겐 국민통합위원장 직을 제안했고,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은 상임선대위원장 또는 미래비전위원장에 고려 중이다.
 국민의힘 안팎에 "김종인 전 위원장이 김 전 대표나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을 불편해 한다"는 말이 도는 상황에서, 윤 후보는 이들을 중용하거나 이들에게서 조언을 듣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힌 셈이다.

여기에다 이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이 분들의 의견도 잘 수렴해 선대위 구성을 마무리하고, 1차 선대위 발표는 다음 주 중반으로 예정하고 있다”고 발표 시기까지 못 박았다. 이어 “내일은 권성동 사무총장 인선만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 내엔 김종인 전 위원장이 ‘권성동 사무총장’ 역시 탐탁지 않아 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럼에도 윤 후보는 18일 최고위 의결을 거쳐 권 총장 인선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날 수면위에 떠오른 윤석열-김종인 갈등에 대한 당내 시각을 둘로 갈려있다. 대부분은 “선대위 출범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는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감정 싸움 끝에 결국 두 사람이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이날 윤 후보와 1시간 가량 만났다는 김한길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별로 뭐 할 말 없다”고만 말했다.

이와관련, 이 대표는 이날 저녁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히 김병준 전 위원장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그만두고 나가 계신 동안 굉장히 여러 인사들에게 부담이 될만한 인터뷰를 많이 했다. 그런 것들을 개인적으로 푸셔야 할 것도 있다"고 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이 과거 김종인 전 위원장이나 자신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낸 것이 선대위 합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에 대해서도 "여의도 정가에 보면 아이디어가 떨어졌을 때 많이 하는 게 통합론"이라며 "콘셉트가 잘 잡혀야지 효과가 있지, '반문 집합소'같이 되면 (참패한)2020년 총선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 김 전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 김 전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런 가운데 선대위 인선은 계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사무총장으로 가는 권성동 비서실장 자리엔 이양수 수석대변인이, 신임 수석대변인엔 김은혜 의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후보 수행실장은 이용 의원이 유임된다. 상임선대위원장에는 이준석 대표 등이, 공동선대위원장에는 김기현 원내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이 참여할 전망이다.

실무를 지휘할 선대본부장 자리는 정책·조직·직능·홍보 본부에 더해 당무지원종합본부·특보단까지 총 6개 본부를 두는 안이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호영 의원은 조직·직능, 임태희 전 의원은 정책 본부, 윤상현 의원은 특보단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4선의 권영세 의원의 기용이 확정적이며, 김도읍·김태호·추경호 의원과 금태섭·윤희숙 전 의원 등도 합류 가능성이 있다. 윤 후보 측은 “윤 후보가 측근인 윤한홍·장제원 의원의 역할을 놓고 막바지 고심 중”이라며 “윤 후보는 상황실장 등의 자리를 추가로 마련하고 싶어 하는데, 반대가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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