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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수사 미진” 질타받자…檢, 곽상도·하나은행 뒷북 압색

중앙일보

입력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7일 곽상도(62) 전 의원과 하나은행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가 매우 미진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며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곽 전 의원 등의 수뢰 의혹 ▶하나은행의 ‘이익 몰아주기’ 배임 의혹 등을 콕 집어 언급한 지 이틀만이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관련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관련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제까지 검찰 수사의 초점은 유동규(52·구속기소)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6·구속)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구속) 변호사 등 민·관 사업자의 배임 의혹 규명에 맞춰져 있었다. 이후 배임 ‘윗선’ 수사는 진행하지 않고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법조계에선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후보나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것”(수도권 지검 간부)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뒤늦게 서울 송파구 신천동 곽 전 의원의 자택과 서울 을지로1가 하나은행 본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곽 전 의원의 사직안이 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한 지 6일 만이다. 곽 전 의원은 아들 병채(31)씨가 2015년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화천대유에서 근무하고 퇴직금·위로금 명목 50억원을 받는 방법으로 김씨 등 민간사업자 측으로부터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 관계자가 17일 서울 신천동 곽상도 전 의원의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 관계자가 17일 서울 신천동 곽상도 전 의원의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검찰은 곽 전 의원이 김씨의 청탁을 받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구성이 무산될 위기를 막은 정황을 포착해 알선수재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이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하나금융그룹 대신 하나은행 본점 내 프로젝트 자금 조달(PF) 대출 유관부서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은 하나신탁과 함께 지분율 19%로 대장동 민간사업자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최대주주였지만 개발이익은 거의 배당받지 않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자금 대출)만 담당했다. 그 결과 7% 주주인 화천대유·천화동인 1~7호 개인 주주들이 배당금 4040억원과 별도 아파트 분양수익을 독점할 수 있었다.

검찰은 아들 병채씨에 대해선 지난달 2일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달 21,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법원에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해 병채씨가 받은 50억원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동결했다.

이 사건 주임검사인 유경필 경제범죄형사부장을 포함한 수사팀 검사 3명, 수사관 2명 등 5명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업무에 복귀했다. 나머지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은 여전히 치료 중이라고 한다. 이들이 자리를 비운 동안 수사팀이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한 상황이다.

곽 전 의원과 함께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 ‘재판 거래’ 의혹까지 제기된 권순일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수사는 아직 본격 착수도 못 한 상태다. 유한기(66)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2015년 2월 황무성 당시 공사 사장에게 ‘시장님’ ‘정 실장’ 등을 언급하며 사퇴를 압박했단 직권남용·강요 의혹 수사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17일 하나은행 본점 PF 대출 유관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뉴스1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17일 하나은행 본점 PF 대출 유관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뉴스1

유동규 전 본부장의 공소장과 김씨, 남 변호사의 구속영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정영학(53) 회계사와 지난 4일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정민용(47) 변호사에 대한 처분을 두고도 수사팀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김씨와 남 변호사의 구속 기간은 오는 22일까지다. 이들을 구속기소한 뒤엔 사실상 이들에 대한 추가 진술을 받아내기 어려워 수사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후보 측은 “화천대유가 부정자금을 조달하는 단계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가 있었는데도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무혐의 처분했다”는 의혹도 제기한 상황이다. 수사가 여러 갈래로 장기화할 경우 정치권에서 군불을 때고 있는 특검론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도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 내심 특검에 공을 넘기고 싶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송병일)은 이날 화천대유로부터 30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2012~2014년·현 화천대유 부회장)의 자택과 화천대유 사무실, 성남시의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성남시의회에선 최 전 의장이 6대 시의원으로 재직한 2010~2014년 당시 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고 한다.

경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지난 9월 29일 자택 압수수색 직전 창밖으로 던진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도 이날 완료해 관련 자료를 검찰과 공유하기로 했다. 유 전 본부장 휴대전화 속 텔레그램 앱의 비밀번호도 유 전 본부장 측으로부터 뒤늦게 받아 해제했다고 한다.

경찰은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분석 결과에 따라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 직전 정진상 부실장 등 이 후보의 측근 인사들과 통화하며 말맞추기나 증거은닉을 시도했단 의혹도 함께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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