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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는 보험료 적립, 조사 기간 단축" 보험사 배불리는 '환경책임보험'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2년 CCTV를 통해 확인된 경북 구미 화공업체 불산가스 누출 당시 상황. 가스가 순식간에 누출되면서 작업자를 뒤덮고 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환경책임보험이 도입됐다. 연합뉴스

지난 2012년 CCTV를 통해 확인된 경북 구미 화공업체 불산가스 누출 당시 상황. 가스가 순식간에 누출되면서 작업자를 뒤덮고 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환경책임보험이 도입됐다. 연합뉴스

기업이 환경 사고에 대비해 의무 가입하는 '환경책임보험'이 민간 보험사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기 위해 개정된다. 손해율이 예상보다 낮을 때 발생하는 보험료 수익이 대부분 국가 공공계정으로 적립될 예정이다. 평균 1년을 훌쩍 넘겼던 사고 조사 기간이 대폭 단축되고, 사고가 없는 기업엔 보험료를 환급해주는 방안도 마련된다.

환경책임보험은 2012년 경북 구미에서 불산가스가 유출된 사고를 계기로 2016년 도입됐다. 유해 화학물질을 배출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 1만4102곳이 매년 10만~32억원씩 내는 정책보험이다. 이 보험을 운영하는 목적은 사고에 대한 신속한 피해 배상과 지속가능한 경영 보장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최근 들어 보험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6~2020년 기업으로부터 보험료 3290억원을 걷었지만, 신청 건수 대비 지급률은 40%로 낮았다. 납부한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급된 액수인 손해율도 7.3%(지난해)로 다른 정책보험보다 훨씬 낮았다.

이렇듯 낮은 손해율로 인한 수익금은 대부분 담당 보험사 5곳(DB손해보험·농협손해보험·AIG손해보험·삼성화재·현대해상)으로 돌아가는 구조였다. 4년간 보험사가 거둔 이익은 944억원에 달했다. 반면 보험금 지급에 걸리는 시간은 오래 걸렸다. 평균 사고 조사 기간은 발생일 기준 482일로 집계됐다.

환경책임보험이 보험사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꾸준히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이달 초부터 보험 개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새로운 방식은 연구용역 등을 거쳐 내년 중 도입될 전망이다.

보험사 수익 제한, 공공계정 적립 늘려

국가재보험 방식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가재보험 방식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7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환경책임보험 개정의 핵심은 수익과 손실의 책임이다. 현재 이 보험은 높은 손해율로 민간 보험사가 과도한 손실을 봤을 때만 국가가 이를 분담하는 '초과손해율' 방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손실뿐 아니라 과도한 수익이 났을 때도 국가가 수익금을 나눠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손익분담재보험' 방식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환경부 초안에 따르면 손익분담재보험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총 수익금이 600억원이면 그 중 보험사 몫은 60억~70억원 안팎(현재는 400억~55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300억원 이상이 공공계정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이렇게 공공계정에 쌓인 돈은 대형 환경 사고에 대한 보험금 등 공적 용도로 쓰이게 된다. 환경부 의뢰를 받은 보험연구원이 1일부터 이런 내용의 개정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조사 기간 줄이고, 무사고 기업엔 환급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보험개발원은 보험 내 다른 조항을 개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환경부가 보험개발원 측에 가장 먼저 추가해달라고 요구한 건 '환경사고 후 6개월 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조항이다. 평균 사고 조사 기간이 약 16개월에 달해 사고를 겪은 기업이 빨리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신속한 사고 조사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환경 사고에는 정부가 선정한 손해사정사가 바로 투입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환경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기업엔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일부 환급해주는 방안도 협의 대상에 올랐다. 민간 보험사가 피보험 기업을 위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위험평가' 조항도 강화될 계획이다. 환경부는 "앞으로 사업장 위험평가를 하지 않는 보험사에 대해선 위약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웅래 의원은 "환경 오염 피해를 신속히 복구하기 위해 환경책임보험 제도를 도입했지만 정작 민간 보험사 배만 불리고 있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환경 사고에 대한 신속한 복구와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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