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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스트라제네카 “SK바사와 코로나 백신 생산계약 종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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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청 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차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랑구청 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차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가 경북 안동의 L하우스에서 위탁생산(CMO)하던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중단한다. 정부가 내년부터 AZ 백신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른 조치다. SK바사로서는 주요한 거래선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이달로 생산 계약 종료 

AZ는 “지난해 SK바사와 체결했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AZD1222) 원액 제조 및 충진 공정에 대한 CMO 계약’을 연말 종료한다”고 17일 밝혔다.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AZ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개발한 이 백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월부터 국내 최초로 접종한 코로나19 백신이다.

두 회사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21일 AZ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SK바사가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면 AZ가 이를 세계 각국에 공급하고, 보건복지부가 생산·수출 협력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후 AZ와 SK바사는 별도의 CMO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번에 이 계약을 종료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SK 바이오사이언스 본사에서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CEO(영상)와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표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이사 사장, 안재용 SK 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등이 협력의향서(LOI)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지난해 7월 SK 바이오사이언스 본사에서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CEO(영상)와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표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이사 사장, 안재용 SK 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등이 협력의향서(LOI)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아스트라제네카가 SK바이오사이언스에 생산을 위탁해 국내 공급한 코로나19 백신 물량. 그래픽 김영옥 기자

아스트라제네카가 SK바이오사이언스에 생산을 위탁해 국내 공급한 코로나19 백신 물량. 그래픽 김영옥 기자

최소 수천만 도즈 생산 물량 해외로  

AZ가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생산을 중단하는 이유는 한국 정부가 내년부터 AZ 백신을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은 이날 AZ 백신 접종을 12월 말까지만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화이자·모더나 등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내년 코로나 백신 도입을 위해 책정한 예산안은 2조6002억원이다. 이 가운데 92.3%(2조4000억원)가 mRNA 백신 구매에 투입된다.

AZ는 이달까지 다국가백신공급체(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전 세계 130개국에 1억7500만 도즈의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물량은 전량 한국과 인도 공장에서 생산해왔다. 이 중 절반가량을 한국에서 생산했다고 가정할 경우 8000만~9000만 도즈의 백신 CMO 물량이 해외로 넘어가는 셈이다. AZ는 향후 태국과 인도에서 백신을 생산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이 가동 중인 9개의 생산라인. 그래픽 김영옥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이 가동 중인 9개의 생산라인. 그래픽 김영옥 기자

SK바사“타격 안 커…다른 제품으로 대체 가능”

이에 대해 SK바사 측은 “정부가 AZ 백신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AZ가) 해외에 공급하는 물량을 생산하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매출에 타격을 입을 거란 분석에 대해선 “현재 다수의 해외 제약사가 CMO 계약을 요청하고 있고 여러 조건을 감안해 검토하고 있다. AZ가 빠지더라도 백신 제조 능력을 인정 받은 만큼 보다 좋은 조건으로 백신을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답했다.

SK바사는 올 3분기까지 478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1586억원)과 비교해 세 배쯤 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지 않았다.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트레게나 캐슬 호텔에서 열린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와의 면담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트레게나 캐슬 호텔에서 열린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와의 면담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AZ 백신 제조 허브, 한국→태국 바뀔 듯 

AZ는 나아가 ‘AZ 아시아 백신 제조 허브’을 한국에 설립한다는 계획도 백지화할 것으로 보인다. 파스칼 소리오 AZ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한국은 최우선 파트너”라며 백신 허브 구상을 밝혔다.

실제로 SK바사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별도로 개발 중인 코로 백신(GBP510)의 효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AZ는 대조백신을 무상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Z 관계자는 “아시아 백신 허브 구축 계획의 일환으로 당시 대조백신 무상 공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월 GBP510의 백신 효과를 AZ 백신의 효능과 비교하는 방식의 임상 3상 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번에 계약이 종료되면서 AZ 백신 제조 허브 유치도 불투명해졌다. AZ는 한국 대신 태국에 이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Z 측은 백신을 생산하는 국가에 백신 허브를 설립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출하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수송차량에 실려 보관창고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출하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수송차량에 실려 보관창고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일(현지시간) 5~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승인했다. 모더나도 지난 9일 유럽연합(EU)에 6∼11세 코로나 백신 접종 승인을 신청했다. 한국 정부는 향후 소아·청소년 등으로 접종 연령이 확대될 경우 mRNA 백신 도입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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