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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어도 정답이다. 사랑한다"…자녀 수험표 들고 기도하는 엄마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후 2시 법회가 시작된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내부와 외부에 준비된 좌석 350여 개가 가득 찼다. 한 중년 여성이 익숙한 듯 맨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담요 두 개를 덮은 뒤 머리맡에 뭔가를 두고 절을 올렸다. 아들의 사진이 붙은 수험표였다. 이날 조계사엔 2022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수험생 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바닥이 차가웠지만, 어머니들의 절은 멈추지 않았다.

수험표 들고 기도하는 어머니들 

수능 전날인 17일 조계사에는 법당 안에서 약 150명, 바깥에서 약 200명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정희윤 기자

수능 전날인 17일 조계사에는 법당 안에서 약 150명, 바깥에서 약 200명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정희윤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1단계가 시작되면서 사찰과 성당 등 종교 시설에서도 수험생을 위한 기도가 가능해졌다. 조계사는 지난 7월 30일부터 111일간 수험생을 위한 기도를 진행했다.

111일 동안 의왕시에서 왕복 3시간이 걸려 손자를 위해 기도를 나왔다는 A씨는 “손자가 매일 잠도 잘 못 자면서 공부하고 고생하는 거에 비하면 이 할머니가 매일 기도하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들겠냐”고 말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기도하고 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마치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찍어도 정답이다. 사랑한다” 

수능 전날인 17일 조계사에서 수험생을 둔 학부모가 소원지를 달고 있다. 정희윤 기자

수능 전날인 17일 조계사에서 수험생을 둔 학부모가 소원지를 달고 있다. 정희윤 기자

조계사 대웅전 앞에는 ‘수능 대박’이 적힌 빨간색 소원지가 가득 달린 공간도 있었다. 글귀엔 사랑과 응원이 가득했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기를 기도해. 잘될 거야, 사랑해. 엄마가’
‘내일 시험 잘 보고 찍어도 정답이다. 사랑한다’
‘목숨 걸어도 되고 안 걸어도 된다. 하고 싶은대로 해!’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기를 기도해. 잘될 거야’

딸의 사진이 붙어있는 수험표를 들고 기도를 올리던 김모(48)씨는 “기도를 하면서 눈물이 많이 났다. 딸이 내일 떨지 않고 임할 수 있길 그리고 저도 침착하게 아이를 수험장으로 잘 보낼 수 있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이 되고 처음 이렇게 111일 동안 기도를 해봤는데 아이랑 저 둘 다 성장하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할머니가 해줄 게 기도밖에 없으니…”

수능을 하루 앞두고 명동성당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있는 수험생 어머니. 김서원 기자

수능을 하루 앞두고 명동성당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있는 수험생 어머니. 김서원 기자

오후 3시쯤 찾은 명동성당의 풍경도 비슷했다. 재수생 아들을 위해 대치동에서 온 정정아(50)씨는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아들한테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들과 아들 친구들 등을 위해 봉헌초 5개를 켰다. 정씨는 “내일은 대치동 성당에서 수능 시간에 맞춰 기도를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심운연(72)씨는 “할머니가 해줄 게 기도밖에 없으니 오후 6시 미사까지 드리고 집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모씨는 “코로나 19 때문에 모든 수험생이 건강하게만 끝나도록 기도했다”며 “딸에게 수고했다고 미리 말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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