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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부지 잡고 인수자금 대출해달라"는 에디슨 VS 산은은 "입찰 무효사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쌍용차 평택공장. 우선협상 대상자인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10일부터 쌍용차에 대한 정밀실사를 진행 중이다. 뉴스1

쌍용차 평택공장. 우선협상 대상자인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10일부터 쌍용차에 대한 정밀실사를 진행 중이다. 뉴스1

쌍용차가 다섯 번째 주인 찾기에 들어간 가운데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인 에디슨모터스와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 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최근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운영 자금으로 설정한 1조6000억원 중 절반 가량을 쌍용차의 평택공장 부지를 담보로 산업은행을 통해 대출로 마련할 것이라고 하자, 산업은행은 “입찰 무효사유”까지 언급하며 펄쩍 뛰고 있다.

[에디슨은 쌍용차 새 주인 될까]

17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의 양해각서 체결 전 서울회생법원에 “에디슨모터스는 통제 범위 밖에 있는 불확정한 조건을 입찰 제안에 부기한 것”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무효사유가 될 수 있다”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번 쌍용차 M&A 양해각서엔 담보대출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회생절차를 맡은 법원을 통해 본계약에 평택공장 부지를 ‘일반 공업지역’에서 ‘준주거지’로 용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채권단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용도 변경 건은 미래의 일로 장담할 수 없다”며 “(용도변경이 안됐다는 이유로) 본계약을 파기할 수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용도변경이 이뤄질 경우 평택공장 부지의 가치는 지금보다 1.5배 이상 뛸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는 지난 4월 평택공장 부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통해 6813억원으로 공시했다.

이에 대해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지난 1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자산담보 대출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인수 후 쌍용차가 안정화되면 회사의 자산가치가 올라갈 것이고, 그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용도 변경 건은) 입찰 전에 평택시와 쌍용차가 이미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한국의 전기차 산업을 일으키려는 것 말고 다른 뜻은 없다”고 했다.

“공장부지 담보 대출로 M&A는 이례적”

평택공장 부지 담보대출은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에디슨모터스가 짜낸 묘안으로 보인다. 우선 쌍용차는 1조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는 데다 1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또 에디슨모터스의 자체 자금 동원력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에디슨모터스의 지난해 매출은 897억원으로 쌍용차(2조9502억원)의 30분의 1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례적이라는 시각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수할 기업의 공장 부지를 담보로 대출받아 M&A를 하겠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채권단 입장에선 엉뚱한 제안으로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와 KCGI·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로 구성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쌍용차 M&A 현황과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체적으로 8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8000억원은 자산담보 대출로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자체 조달 분은 에디슨모터스와 자회사인 에디슨EV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약 4000억원, 이후 KCGI·키스톤PE가 펀딩을 통해 약 40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중 당장 쌍용차 M&A에 들어갈 인수자금은 3100억원이다.

3100억원으로 급한 불 끈다?

쌍용차 M&A 일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쌍용차 M&A 일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M&A 성사 여부는 회생 계획안에 들어갈 채무변제 계획이다. 강영권 대표는 “인수자금은 우선 회생담보권 변제에 투입하고, 그러면 공익채권을 제외한 부채는 갚아질 것”이라며 “이후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5000억원을 모아 운영자금으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임금 미지급분과 퇴직충당금 등 공익채권은 일시적으로 갚아야 하는 건 아니다. 승계받아 갚아나가면 될 것”이라며 “원하는 직원들에겐 (임금 미지급분을) 우선주 발행 등으로 (대체)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쌍용차 내부의 반발을 불러올 수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내부에선 M&A가 되면 임금 미지급분은 당장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법정관리를 빨리 졸업하고 싶은 마음에 M&A가 성사되기를 바라면서도 앞서 마힌드라·상하이자동차도 하지 않았던 (자산담보대출 등) 말들이 나와 ‘기대 반 우려 반’ 심정”이라고 말했다.

부품업체에 밀린 납입대금도 시급하다. 쌍용차 협력사로 구성된 채권단 관계자는 “에디슨이 회생채권(법정관리 전 납입대금)은 대폭 깎는 것을 전제로 하고, 공익채권(법정관리 후 납입대금)은 미루면서 조금씩 갚아나가는 것으로 계획을 잡은 것 같다”며 “부품 납입대금이 계속 밀리면서 사실상 내년 쌍용차의 신차(J100) 개발비를 협력사가 대고 있다. 해결하지 않으면 쌍용차는 가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채권단에 따르면 쌍용차가 협력사에 갚아야 할 회생채권은 3800억원, 공익채권은 2500억원이다.

이런 점에서 인수자금 31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높다. 앞서 쌍용차의 전 주인이었던 인도 마힌드라와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인수자금으로 각각 5600억원, 5900억원을 투자했다.

에디슨·쌍용차, 시너지 효과는

강영권 대표는 에디슨모터스가 갖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기술력과 쌍용차의 생산능력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유휴 설비인 쌍용차 2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바꾸고, 지금 내연 차 라인을 3교대로 할 경우 2025년께엔 전기차 10만대를 포함해 총 30만대 생산능력을 갖출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디슨모터스의 이미 배터리·모터·전자제어 기술력과 ‘스마트 플랫폼’을 갖고 있다”며 “이를 접목하면 전기차 개발 비용을 500억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했다. 2라인은 예전 체어맨 라인으로 연간 5만대 생산 규모다.

전기차 개발비 500억원은 파격적이다. 업계는 수천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 에디슨이 전기버스를 만드는 방식대로 전기차를 조립만 한다는 가정 하에 추산한 비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술력이라면 지금쯤 오픈해서 채권단 등에 설명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10일부터 쌍용차를 정밀 실사 중이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계약 체결 후 회생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관계인집회를 통해 채권단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회생채권 변제율과 쌍용차 정상화 방안은 등은 관계인집회에서 결정되며,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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