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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만 죽어라 뛴다" 선대위 안온다는 양정철, 선대위 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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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10월 28일 경기도 수원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한 모습, [민주연구원 제공]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10월 28일 경기도 수원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한 모습, [민주연구원 제공]

“향후 서너 주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다.”

여권에서 선거전략가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17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를 상대로 매서운 쓴소리를 쏟아냈다. “절박함이 안 보인다. 저쪽(국민의힘)과 너무 대비된다”는 태도 지적부터 “희한한 구조, 처음보는 체계”라며 선대위 내부 비효율 문제까지 꼬집은 작심 발언이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당내에서 이른바 ‘양정철 키즈’로 불리는 민주당 소속 21대 초선·비례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1년 7개월만에 국회를 찾았다. “현재 우리 당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중요한 분수령”이라고 진단한 그는 “앞으로 서너 주가 향후 석 달을 좌우하고, 그 석 달이 향후 5년을 좌우한다”며 이번 대선 키워드 및 문제점, 향후 과제 등에 대해 1시간 넘게 열변을 토했다.

“대선이 넉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유유자적 여유 있는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때 보고 처음”이라는 게 양 전 원장의 인식이었다. 그는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마음 속으로 다음 대선, 다음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 단체장 자리를 계산에 두고 일한다”며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탄식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 “지금처럼 후보 개인기로만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서울 구로구 1호선 오류동역 앞에서 열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구로갑 후보의 현장유세를 찾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서울 구로구 1호선 오류동역 앞에서 열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구로갑 후보의 현장유세를 찾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최근 비효율을 지적 받는 '이재명 선대위'에 대해선 “현 민주당 선대위에 확실한 컨트롤 타워, 책임과 권한이 모호하다”, “주특기, 전문성 중심 전진배치가 아니라 철저한 선수 중심의 캠프 안배 끼워맞추기가 됐다”고 꼬집었다.  “우리에게 천금같은 한 달의 기간을 인사안만 짜다가 허송세월했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당사 하던 마음으로,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또 “후보 핵심 측근들과 선대위 핵심 멤버들이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몇 명은 정치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후보 중심으로 키를 틀어쥐고 중심을 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 하면 승리가 어렵다”며 "해현경장(解弦更張·느슨하게 늘어진 활시위나 악기의 줄을 다시 조여 매어 팽팽하게 함)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정철 전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 대해 "대선과 관계없이 초선·비례 의원들과 원래 잡혀있던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조발제에서 대선 관련 의견을 대거 밝혔다. 심새롬 기자

양정철 전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 대해 "대선과 관계없이 초선·비례 의원들과 원래 잡혀있던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조발제에서 대선 관련 의견을 대거 밝혔다. 심새롬 기자

선대위 핵심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양 전 원장은 이미 선대위 출범 전부터 비공식적으로 이 후보 지원 업무를 물밑에서 해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난 세 번의 전국단위 선거(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20년 총선) 승리 전략을 짠 양 전 원장을 두고 당 내에선 “이번에도 등판해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지 않겠냐”(여권 인사)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굳이 내가 꼭 나서야 하냐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선대위 참여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간담회 중에는 “대선 이후엔 문재인 대통령 퇴임에 맞춰 정치에서 퇴장할 계획이다"며 “이번 대선엔 밖에서 필요한 일을 돕고 후보에게 조언이나 자문은 하되 선대위에 참여하거나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이 돌연 쓴소리를 쏟아내면서 ‘양정철 역할론’이 오히려 힘을 받게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2019년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지난 2019년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이 여권의 가장 뛰어난 선거기획자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면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이 후보와 양 전 원장 두 사람 사이의 문제”라고 내다봤다. 양 전 원장과 가까운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적어도 이번 대선까지는 양 전 원장이 앞에서든 뒤에서든 중요한 역할을 안할 수 없을 것이고, 본인도 그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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