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故손정민씨 추모공간 어쩌나…'무허가 불법' 민원에 고민인 서울시

중앙일보

입력

서울 반포한강공원 마련된 고(故) 손정민씨 추모 공간을 두고 “무허가 점유 시설”이라며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이 접수되면서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다.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건에 대한 관심과 국민정서 등을 감안할 때 당장 철거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불법 점유’는 맞지만, 철거는 이르다”

서울 반포한강공원 고 손정민 씨 추모현장. 연합뉴스

서울 반포한강공원 고 손정민 씨 추모현장. 연합뉴스

17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중앙일보에 “한강공원에 있는 추모 공간을 당장 강제로 철거하는 건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해당 추모 공간은 하천법 위반에 해당한다. 해당 법률 제33조는 하천구역 안에서 토지 점용 등의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강의 경우 국토교통부장관의 위임을 받은 서울시장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올해 5월에 마련된 추모 공간엔 여전히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꽃과 사진, 인형 등 물품과 손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메모가 놓여있다.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도 이 장소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서울시에는 “한강 공원을 허가받지 않은 채 점용하는 건 불법”이라며 강제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아직 진상규명 목소리...국민 정서 고려”

6일 열린 故손정민씨 기자회견. 정희윤 기자

6일 열린 故손정민씨 기자회견. 정희윤 기자

서울시가 추모공간 철거를 꺼리는 건 손씨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손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실종되기 직전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에게 책임이 있다며 지난 6월 23일 고소장을 냈다. 서초경찰서는 사건을 4개월간 조사해온 결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최종 판단하고 지난달 22일 검찰에 불송치하기로 했다.

그러자 손씨 유족은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냈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지만, 고소ㆍ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검찰에 넘겨야 한다. 검찰은 관련 법령에 따라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검찰은 해당 이의신청 건에 대한 배당을 끝내고 사건을 살펴보는 중이다.

손씨 유족 등, “타살” 주장 기자회견

손씨 유족을 비롯해 유족 측 지지자들은 “정민이 사건은 추락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교 1학년이었던 손씨는 지난 4월 서울 반포한강공원 부근에서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지지자들은 지난 6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A씨의 통화 녹취록과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며 “실종 추정시간인 새벽 3시 31분경, 여러 목격자의 사진과 반포나들목 CCTV 확인 결과 강 비탈에서 누군가를 밀치는 영상, A씨 혼자 강 비탈에서 올라와 전화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추모 공간 역시 서울시와 유족들 사이 갈등이 있었다. 광화문광장에 위치했던 세월호 기억공간은 지난 8월 철거됐다가 서울시의회 앞에 재설치했다. 다만 사회적 ‘참사’로 합의된 세월호 사건과 손씨 사망사건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니 추모 공간을 철거해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A씨의 변호사를 맡은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변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강 공원 추모공간에 대해 아무런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