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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덮친 사회…"가구부채 증가, 인간관계는 멀어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년 주기로 하는 사회조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가구 부채가 증가했다"는 인식이 늘었다. 또 국민 10명 중 6명은 계층이동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가족 외에 친척‧이웃‧친구 등과의 관계는 전보다 멀어졌다. 일보다 가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했고, 1년 내 여행을 한 사람은 크게 줄었다.

4분의 1이 “1년 전보다 부채 증가”

“가구 소득감소”, “부채 증가” 응답 늘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가구 소득감소”, “부채 증가” 응답 늘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19세 이상 가구주 중 26.2%가 “가구 부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2019년(20.4%)보다 5.8%포인트가 늘었다. 가구 부채가 감소했다는 응답자는 8.6%로, 2년 전(10.7%)보다 줄었다. 특히 30대와 40대의 35.8%가 가구 부채가 증가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양육이나 교육 등으로 가계 지출이 가장 많은 연령대지만, 소득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2%로, 조사 대상인 37개국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2분기(98.2%)와 비교해 6%포인트가 늘어 증가 속도로도 전 세계 1위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이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성인 가구주의 32.1%가 “1년 전보다 가구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했는데, 2년 전엔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이 22.8%였다. 2년 사이 소득 감소를 체감한 가구주가 9.3%포인트 늘었다. 이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실제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그만큼 악화됐다는 의미다.

공고해진 계층…“노력해도 안 된다” 60%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3187명 발생한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체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3187명 발생한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체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이 노력을 한다고 해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본인 세대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자는 25.2%였고, 60.6%가 “낮다”고 봤다. 공고해진 계층이 자녀 세대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본 사람도 절반이 넘었다. 자식 세대에서 계층이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53.8%는 “낮다”고 답했다.

자신이 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7%, ‘중’ 또는 ‘하’라는 응답자가 각각 58.8%, 38.5%였다. 2년 전 조사 결과와 비슷한 비중이지만, ‘하층’에 해당한다고 답한 응답자에서 계층이동 가능성을 낮게 생각하는 사람이 특히 많았다. 이들 중 자식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21.3%에 불과했다. 본인의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14.9%로 더 낮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 일자리, 자산시장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계층이동 희망이 약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공교육이 사실상 망가지고 사교육이 확대하면서 자식 세대의 기회가 줄어들었고, 노동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기도 어려워졌다”며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 폭등도 계층 사다리 마련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가족은 챙기고, 일·친구 멀어졌다

코로나19가 덮친 2년은 생활양식에서 변화를 가장 크게 일으켰다. 일과 가정의 우선순위에서 “일을 우선한다”는 응답자가 2019년(42.1%)에서 올해는 33.5%로 줄었다. 대신 “가정생활을 우선시한다”는 응답이 같은 기간 13.7%에서 18.3%로 4.6%포인트 증가했다. 일과 가정을 비슷하게 생각한다는 사람은 48.2%에 달했다. 이른바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을 중시하는 경향이 가속화했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사회적 관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사회적 관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접촉이나 모임이 줄어들면서 가족 외에 관계는 대체로 멀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가족을 제외한 모든 관계망에서 코로나19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웃, 절친한 친구와의 관계가 이전보다 멀어졌다는 응답자가 모두 35%를 넘었다. 특히 설‧추석 명절 모임까지 2년 새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직계 가족을 제외한 친인척 관계가 멀어졌다는 사람은 36.7%에 달했다.

단체 참여 2년 전 대비 절반 수준 

절친한 친구와도 멀어진 만큼 상대적으로 가벼운 관계는 더 급속도로 소원해졌다. 취미활동 단체 회원, 종교단체 구성원, 그 밖의 알고 지내는 사람의 경우 “관계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자보다도 “멀어졌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2년 전 66.1%였던 단체 참여자 비율은 올해 35.8%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친목‧사교단체, 종교활동 단체, 지역사회 모임 등의 참여율이 모두 줄면서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해외여행자 1.1%, 독서인구도 최저 

지난 1년간 해외여행을 경험한 사람은 1.1%에 불과했다. 2년 전 조사(30.4%) 때보다 29.3%포인트가 줄었다. 국내 관광 여행자도 39.8%로, 29.4%포인트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여행뿐 아니라 다른 여가활동도 위축됐다. 문화예술‧스포츠 현장 관람률은 2019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레저시설 이용자도 2년 전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통계청

통계청

여행‧모임 등 대외 여가활동은 줄었음에도 독서인구 비율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 1년간 책을 읽은 사람은 45.6%로, 처음으로 50% 미만을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신 유튜브나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비율이 급격히 늘었다”며 “이번 조사에서 사회 전반에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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