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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빈틈없는 소통·공조"?…美 '종전선언' 언급조차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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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개최했다. [연합뉴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개최했다. [연합뉴스]

한·미 외교차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종전선언을 논의했지만, 미 국무부는 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종전선언’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양 차관은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 방안에 대해 각 급에서 소통과 공조가 빈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평가했다”고 강조한 것과 비교된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한·미 외교차관 회담에서 ▶한·미 동맹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보·번영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지지 재확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코로나19 및 기후위기 대응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이 발표한 회담 결과 발표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동의 약속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미 국무부가 회담 결과 자료에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자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논의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진전되지 않았거나 미국 측이 우선순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특히 한국 측 보도자료에는 없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가 미국 측 자료에만 담긴 것은 한·미 양국이 설정한 대북정책의 우선순위가 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실제 미 워싱턴 조야에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동되지 않는 종전선언은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일단 종전선언을 채택한 이후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나가자는 한국 측의 ‘입구론’과 비교했을 때 종전선언 논의의 출발점 자체가 다른 셈이다.

지난 15일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함께 개최한 한미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뉴스1]

지난 15일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함께 개최한 한미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뉴스1]

한국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불가역적인 상황으로 진전시키려고 드라이브를 거는 것 역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15일 최종건 차관은 한·미 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종전선언이 이를 위한 좋은 방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도와 계획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전선언 등의 형태로 한반도 상황을 제도화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이끄는 것은 오히려 한·미 간 이견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며 언제든 되돌리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과도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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