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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밥뉴스]60만 아이들 마음 사로잡은 수상한 작가의 ‘수상한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2021.11.17 06:00

업데이트 2022.03.02 15:28

한 줄 평 : 아이들은 속시원한 현실 이야기로 촤르르 책장을 넘기고, 부모 역시 아이 마음 들여다볼 수 있는 책!
함께 읽어보면 좋을 박현숙 작가의 다른 책
 『수상한 아파트』를 시작으로 『수상한 운동장』『수상한 친구 집』등 수상한 시리즈는 10권이나 더 있다. 『국경을 넘는 아이들』, 『어느 날 가족이 되었습니다』등 다양하다.

ㆍ 추천 연령 :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동화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추천 연령은 서사의 구조나 주제 등을 고려하여 제안하는 참고 사항일 뿐 권장 사항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도서관에 가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책’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리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인기 만점 책은 아이들이 하도 많이 빌려봐서 모서리가 닳고, 군데군데 접힌 자국도 있고요, 사탕이나 캐러멜이라도 먹은 손으로 책장을 붙잡고 있었는지 찐득한 자국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인데, 인상이 찌푸려지신다면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만, 때가 많이 탄 책들은 그만큼 아이들이 많이 본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부모들은 사실 잘 몰랐던,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상한 책’ 이야기입니다.

수상한, 작가의 수상한 이야기

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학원. 사진 북멘토

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학원. 사진 북멘토

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학원』은 평범한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름은 나여진. 여진이는 우연한 기회로 ‘대한민국 제1학군에서도 내로라하는 학원’에 무료로 한 달을 다닐 기회를 얻습니다. 방학특강 비용이 한 달에 200만원이나 하는 어마어마한 곳입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우유 한 컵을 들이켜고,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간 명품학원. 여진이의 방학 한 달은 이곳에서 파란만장하게 흘러갑니다.

명품학원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여진이에겐 너무나 낯선데요,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영어를, 학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수학 수업을 듣게 됩니다. 학원은 의사반, 법조인반, 외교관반, 유학반으로 나뉘는데, 여진이가 들어간 곳은 기초반. 1년을 기다려도 못 들어간다는 학원을 공짜로 다니게 되자 여진이 엄마는 신이 납니다. 그런데 정작 학원에 다니게 된 여진이는 괴롭습니다. 밤 12시까지 영어 숙제를 하고도, 수학 숙제를 할 시간이 없어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새벽 5시에야 겨우 숙제를 마무리할 수 있어섭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학원 이야기

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학원. 그림 장서영 사진 북멘토

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학원. 그림 장서영 사진 북멘토

학원에서 맞이한 첫 평가시험. 여진이는 기초반에서 만난 쌍둥이 친구 백승자와 우연히 친해집니다. 승자는 이름과 달리 남자아이인데요, 승자의 시험지를 베껴 첫 영어시험에서 아니나다를까 100점을 맞게 됩니다. 그다음 풍경은 어찌 되었을까요? 여진이 엄마는 신이 납니다. 고기를 굽죠. 그리고 학원비 200만원을 대기 위해 마트 계산 일을 시작합니다. 여진이 잘 되라고요.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이야깁니다. 학군 좋은 동네의 유명 학원은 과외를 받으면서 대기한다더라, 영어 단어를 하루에 100개씩은 외워야 수업이 끝난다더라, 1년 앞서 공부하는 건 예습이고, 2~3년 앞서 공부를 해야 선행이다 같은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부모인 우리들이 학창시절에 유행했던 영화 생각도 납니다. 청소년들의 공부 스트레스와 고민을 담은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기억하시나요. 『수상한 학원』과 다른 것이 있다면 공부 스트레스의 양상일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할 정도로 공부 때문에 혼구멍이 났던 학창 시절이 떠오릅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친구 시험지를 베낀 탓에 높은 반까지 올라간 여진이는 고통의 웅덩이에 빠집니다. 월반해 맞이한 첫 수학시험에서 56점을 맞았거든요. 속상한 여진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가 천 년보다 길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가방을 메는데 너무너무 슬픈 마음이 들었다. 내가 불쌍해서다. 나 때문에 지금쯤 마트 계산대 앞에 서 있을 엄마가 불쌍해서다.’

엄마는 모른다

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학원. 사진 북멘토

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학원. 사진 북멘토

여진이는 실은 요리사가 되고 싶습니다. 무료로 한 달 수업을 듣게 해준다는 요리학원에 덜컥 간 것도 그 때문인데요. 여진이를 위해 마트 일까지 불사하는 엄마는, 여진이의 진정한 꿈을 모릅니다.

그런데 여진이 이 녀석, 똘똘합니다.  공부벌레들이 모여있는 비싼 학원, 그 속에서 자신을 성적으로 업신여기는 친구에게 여진이는 이렇게 외칩니다.

“눈만 뜨면 공부만 하는 아이가 백점 받은 거는 자랑이 아니야. 나도 눈을 뜨는 그 순간부터 공부만 하면 백점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공부 말고도 하고 싶은 게 많거든. 나는 잘하는 게 있다고! 나는 공부도 하고 내가 잘하는 것도 재미있게 해, 알아?”

수상한 작가의 수상한 시리즈

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학원. 사진 북멘토

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학원. 사진 북멘토

『수상한 학원』을 비롯해 박현숙 작가가 처음 출간한 『수상한 아파트』 등 수상한 시리즈는 총 11권에 달합니다. 지금껏 60만부가 팔릴 정도로 그림책이 아닌 글밥이 좀 있는 책 중에선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아이들이 수상한 시리즈를 좋아하는 까닭은,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 잘 헤아린 이야기에 있습니다. 주제는 무겁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명품학원 수학시험에서 56점을 받아 꼴찌를 하더라도, 당당하게 “나도 잘하는 것이 있다”고 외치는 여진이를 통해 아이들은 대리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을 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잊고 지냈던, 아이들의 속마음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거든요. 수상한 시리즈는 지금도 계속 출간이 되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읽을 나이는 지났고, 글밥 있는 책을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부모님이라면 수상한 시리즈를 함께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작가 박현숙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 말하고파요"
수상한 시리즈의 박현숙 작가는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말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박 작가와의 e메일 인터뷰를 전합니다.

수상한 시리즈를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읽다보면, 아이들이 겪을 법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와닿거든요.
처음 글을 쓰게 되면서 그 즈음 사회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글을 쓸 무렵 사회적으로 가장 큰 이슈가 고독사였어요. 그 문제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동화로 썼는데 그게 바로 『수상한 아파트』입니다. 수상한 아파트가 생각보다 많이 읽히게 되면서 시리즈를 쓰게 되었어요. 
수상한 아파트. 사진 북멘토

수상한 아파트. 사진 북멘토

국내 작가 작품 중 이렇게 많은 시리즈가 나오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처음부터 시리즈를 쓸 생각은 아니고 『수상한 아파트』가 나온 후 우연히 시리즈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전체 공통 주제를 정하려고 마음 먹었고, 주제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생활에서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안전하며 행복할 수 있나?’로 정했어요. 수상한 시리즈는 11권이 나왔어요.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며, 함께 살아가며 안전하고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가치들, 수상한 시리즈에서는 그 가치들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공감할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어떻게 소재 발굴을 하십니까.
『수상한 학원』은 과도한 사교육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큰 문제기도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는 어른들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이야기고요. 『수상한 친구집』은 아동학대, 아동폭력에 관한 이야기, 『수상한 식당』은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한 어른들의 정의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회 문제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연관된 일들이고 그래서 공감을 많이 받는 듯 해요. 소재는 늘 주변을 둘러보고 발굴해요.
수상한 시리즈 외에 이런 책은 꼭 좀 써보고 싶다고 여기는 목표가 있다면요.
다른 글은 쓰겠다고 마음 먹으면 대부분 써지는데, 이상하게 로맨스는 잘 되지 않습니다. (웃음) 연애세포가 남들보다 적은 건지. 시공간을 초월해 펼쳐지는 가슴 먹먹하고 감동적인 청소년대상 로맨스 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어요. 어린이들 사이에 전설로 남을 캐릭터를 꼭 남기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홈즈나 루팡과 같은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인이 아는 그런 캐릭터 말이지요. 훗날 저는 세상에 없어도 캐릭터들이 세상에 남아있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떨립니다.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강연을 가면 아이들에게 물어봐요. ‘왜 공부해요?’ 물으면 ‘엄마가 시켜서 억지로 한다’는 대답도 있지만요. 대부분 미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왜 그런 직업을 갖고 싶냐고 물으면 봉사와 같은 대답도 있지만, 대부분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라고 대답합니다. 왜 돈을 벌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는 말을 해요.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목표는 행복한 삶이 아닌가 생각해요. 수상한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에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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