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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관광 2년간 막힌 연천 “파주는 열었는데 왜 우린” 분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은 세계적인 두루미 월동지다. 매년 겨울이면 귀한 겨울 철새인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600여 마리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겨울을 나는 생태 관광지이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지난 6일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에서 올 겨울 들어 처음 목격된 두루미.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

지난 6일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에서 올 겨울 들어 처음 목격된 두루미.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

지난 2019년과 지난해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두루미 탐조대가 마련된 인근 ‘임진강평화습지원’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연천 민통선 관광, 2년 2개월째 올 스톱

지난 6일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에서 올 겨울 들어 처음 목격된 두루미.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

지난 6일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에서 올 겨울 들어 처음 목격된 두루미.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

인근의 철책 부근에 있는 안보 관광명소인 태풍전망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년이 넘도록 문이 잠겨 있다. 휴전선 남측 11개 전망대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어서 중부전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보 관광지였던 태풍전망대는 연간 6만∼7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던 곳이다.

연천 민통선 생태·안보 관광지가 2년 2개월째 올 스톱 상태다. 인접한 파주시 민통선 지역이 지난해 10월부터 제한적으로 관광이 재개된 것과 대비된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를 맞았는데도 연천 민통선 관광이 재개되지 않자 연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7월 7일 경기도 연천군 중부전선 태풍전망대. 전익진 기자

지난 2017년 7월 7일 경기도 연천군 중부전선 태풍전망대. 전익진 기자

ASF에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기약 없이 중단 

연천군 민통선 지역의 관광이 전면 중단된 것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면서다. 2019년 10월부터 생태 견학과 안보 관광이 전면 중단됐고 이 일대의 관광 경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주민들은 “파주 민통선은 주민들이 2차례나 트랙터까지 동원해 시위를 벌인 뒤 관광이 재개됐다. 우리는 가만히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부녀회가 민통선 내에 마련한 카페도 영업 중단” 

연천군 중면 이정열(68) 부녀회장은 “중면 부녀회가 2019년 9월 말 민통선 내에 카페를 열었는데 곧바로 ASF가 발생하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2년 2개월째 기약도 없이 카페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매출 실적이 없다 보니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12월 4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월동지.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

지난 2019년 12월 4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월동지.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비무장지대(DMZ)의 생태·역사적 가치를 직접 체험하도록 조성된 ‘디엠지(DMZ) 평화의 길’ 구간 중 경기 김포, 고양, 파주 등 3개 테마 노선(총 87.2㎞)을 오는 20일 개방한다. 정비 작업 중인 연천 노선은 내년 4월에나 개방될 예정이다.

“연천 민통선 생태·안보 관광 즉각 재개돼야”

이석우(63)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는 “현재 연천 민통선 지역에서는 방역 활동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고 도로변의 제한된 장소에서만 민통선 관광이 이뤄져 ASF와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낙후된 접경지역의 관광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연천 민통선 생태·안보 관광이 즉각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진강 빙애여울 위치도. 중앙포토

임진강 빙애여울 위치도. 중앙포토

김광철 연천군수는 “위드코로나에 발맞춰 연천 민통선 관광도 조속히 재개돼야만 ASF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한 지역 경제와 관광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며 “국방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당국에 연천 민통선 관광 재개를 지속해서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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