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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파격…동료가 고과평가, 직급 단순화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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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동료 평가제 도입, 임금 기본인상률(베이스업) 폐지, 직급·사번 표시 제거 등을 골자로 하는 신인사제도를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조치로, 2017년 이후 5년 만에 대대적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하는 것이다.

16일 삼성 안팎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부터 그룹장과 CA(변화관리자·Change Agent) 등을 대상으로 신인사제도 도입과 관련한 설명회를 순차적으로 열고 있다. 삼성전자 그룹장은 대개 전무·상무급이다. CA는 각 부서에서 사내 주요사항을 전달하고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신인사제도가 시행되면 동료평가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과평가 때 평가를 받는 직원이 같은 부서 내 3~4명을 지정해 이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동료나 부하직원의 평가를 반영하는 다면평가와 비슷하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내부에서는 인기투표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4단계였던 직급을 한두 단계로 통일하는 ‘직급 파괴’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삼성전자의 직원 직급은 직무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CL(경력개발단계·Career Level) 1~4’로 나뉜다. 기존 7단계였던 것을 2017년 4단계로 단순화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매년 기본연봉을 올려주는 베이스업은 폐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베이스업은 4.5%였다.

입사연도를 알 수 있는 사번이나 직급은 인트라넷에서 노출되지 않게 할 방침이다. 역시 수평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익명을 원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러면 다른 부서 미팅 때 호칭 때문에 고민하는 일이 사라지고,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인사제도 개편안은 삼성전기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내용과 비슷하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초 경계현 사장 취임 이후 다양한 형태의 ‘인사 실험’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그룹장과 파트장 등 보직자를 제외하고는 직급을 ‘프로’로 통일했다. 사내 메신저와 인트라넷, 이메일 등에도 직급이 노출되지 않는다. 또 승진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직급이 높은 직원이 자신보다 낮은 직원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에 따라 “삼성전기를 벤치마킹하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확정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개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인사제도 개편 사전안내’를 공지하면서 “중장기 인사제도 혁신 과제 중 하나로 평가·승격제도 개편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 노동조합, 부서장, CA 등 사내 의견을 청취한 후 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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