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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안 기민하게 대응해달라” 매머드 선대위에 쓴소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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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한 학생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한 학생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역화폐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잘되게끔 노력해 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의 ‘도시락 오찬’에서 했다는 말이다. 이 후보 제안으로 갑작스럽게 성사된 자리였다. 한 참석 의원은 “이 후보가 직접 뛰는구나 하는 느낌이 컸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전날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선 “(유권자의) 높은 기대만큼 실망으로 변질하고 있는 느낌”이란 쓴소리를 했다. “기민하게 대응해 달라”는 주문도 했다.

이 후보의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은 “선대위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중진)는 당내 판단과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16일 5차 인선까지 이뤄지면서 163명의 민주당 의원이 결집한 ‘매머드급’ 선대위가 꾸려졌지만,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현안 대처가 늦을 때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낙상 사고 때도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인사는 “이 후보가 현재 선대위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었다. 이제 직접 휘어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후보는 선대위에서 자신의 색채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이날 발표된 선대위 5차 인선에서는 이 후보의 대선 어젠다인 기본소득과 관련해 후보자 직속 ‘기본사회위원회’가 신설됐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선 우려도 없지 않다. 민주당 한 친문계 인사는 “이 후보가 ‘내가 다 옳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건 꼭 끌어와야 할 중도층, 2030세대 설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에서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및 대학생 20여 명과 간담회를 가지며 2030세대 표심 공략에 힘썼다. 그는 “기후 문제를 헌법에 넣어 국민 인식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 활동가가 석탄발전소 건설 항의시위를 했다가 벌금형을 받은 일화를 듣고는 “공동체의 합의된 룰을 일부 어기면서 (주장을) 세상에 알리고 싶을 수도 있다. 저는 그런 식의 삶을 응원한다”고 했다가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가 “우리는 때로 사회 중요한 과제에 대해 범법을 하는 때도 있다. 나도 범법자, 전과자”라며 이같이 말한 것을 두고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불법적 수단까지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떼법 정부’가 될 거라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안티 레거시 미디어’ 움직임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부산 즉석연설에서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 저들의 잘못을 우리의 카카오톡으로, 댓글로,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써서 억울하게 왜곡된 정보들을 고치자”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16일 배우자 김씨가 전날 외출하는 모습의 사진과 동선, 진료기록 등을 공개하면서 검정 망토와 검정 모자, 검정 선글라스에 검정 마스크를 착용한 한 여성을 찍어 ‘김혜경씨가 낙상 사고 후 처음 외출하는 모습’이라고 한 언론사 보도에 대해 “명백한 오보다. 가짜뉴스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전날 이 후보 자택 인근에서 대기하며 취재한 해당 언론사 기자 5명에 대해 스토킹 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경고 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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