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어·일어·몽골어·터키어 모두 中 유래" 중국의 황당 아전인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트랜스유라시아어의 분포 현황. [그림 '네이처' 캡처]

트랜스유라시아어의 분포 현황. [그림 '네이처' 캡처]

트랜스유라시아어족(語族)이 신석기시대에 중국 동북부 랴오허(遼河·요하) 일대의 농민들이었다는 연구결과에 대해, 일부 중화권 매체들이 "한국어 등이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아전인수식 황당 주장을 펼쳐 논란이 일고 있다. 트랜스유라시아어는 한국어를 비롯해 일본어·몽골어·터키어 등의 '뿌리언어'로 여겨진다.

16일 차이나프레스·샤오샹모닝포스트 등 일부 중화권 매체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11월호에 실린 '유전학·고고학·언어학 관점으로 본 트랜스유라시아어의 농업적 전파 과정'을 소개하며 일부 내용을 왜곡해 소개했다.

한국어 '뿌리언어' 쓰던 인류는 랴오허 농민 

해당 논문은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의 마티너로비츠 박사팀이 한국·독일·중국·일본 등 10개국 언어학자·고고학자·유전생물학자 등 41명과 함께 공동 연구한 내용이다.

유럽에서 동아시아까지 퍼진 트랜스유라시어족(알타이어족)은 신석기시대에 현재의 중국땅인 랴오허강 일대에서 기장을 재배하던 농민들이 공통 조상이란 게 이 논문의 주된 내용이다. 로비츠 교수는 논문에서 "기장 농업이 발달하며 인구가 늘었고, 그들의 언어가 세계로 퍼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민 확산설…기존 '유목민 가설' 반박

트랜스유라시아어는 동쪽으론 한국·일본부터, 시베리아를 거쳐 서쪽으론 터키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대륙 전반에 분포하고 있다. 어순, 모음조화, 문법상 성별 미구분 등의 공통점이 있다. 현재는 3000~4000년 전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발원한 유목민들이 전세계로 이주하며 트랜스유라시아어가 퍼졌다는 '유목민 가설'이 통설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고대 농업·축산 관련 어휘를 분석하고 유적지의 고고학 연구, 고대 농경민의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유목민 가설'을 뒤집는 결과를 발표했다. 랴오허강 일대에서 기장 농사를 짓던 농민들의 언어가 트랜스유라시아어의 뿌리가 됐다는 게 핵심이다.

[시나뉴스 캡처]

[시나뉴스 캡처]

중화권 매체 "한국어, 中유래" 황당 프레임

이에 일부 중화권 매체들은 해당 논문에 대해 이같은 자세한 설명은 빼놓은 채 "한국어·일본어·몽골어 등이 중국 동북지방에서 유래됐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어의 기원이 되는 중국이 자랑스럽다" "역시 우주의 중심은 톄링(랴오허 강 인근 도시)"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어·일본어 등이 중국 지방언어였다'는 식의 보도는 약 1만년 전 지역경계와 인종을 '현재의 중국과 중국인'이란 프레임으로 멋대로 유리하게 해석한 결과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