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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채 잡던 두 여성, 울며 얼싸안았다…반전 이끈 경찰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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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중구의 한 의류교육센터에서 여성 교육생 두 명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머리채를 잡고 넘어뜨리는 등 폭행하기도 했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둘이 사소한 시비를 계기로 다툰 것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경찰에 “나이 먹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채 잡히고 욕을 들었다. 너무 창피해 죽고 싶다”며 심리적 불안을 호소했다. 가해자 역시 뜻하지 않게 구설에 올라 힘들어했다고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 갔지만, 담당 형사는 이들이 내심 화해하고 싶어한다는 낌새를 챘다고 한다. ‘피해자 전담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의뢰를 받은 서울 중부경찰서 청문감사인권관 소속 노선양(48) 경위는 당사자들이 오해를 풀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올해 경찰청이 뽑은 ‘베스트 피해자전담경찰관’ 3인에 든 서울 중부경찰서 청문감사인권관 소속 노선양(48) 경위. 사진 노 경위

올해 경찰청이 뽑은 ‘베스트 피해자전담경찰관’ 3인에 든 서울 중부경찰서 청문감사인권관 소속 노선양(48) 경위. 사진 노 경위

노 경위는 “모임이 끝날 때쯤 가해자는 피해자를 꼭 껴안으며 사과했다. 서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만남 이후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처벌보다 피해자 보호 

범죄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두기 보단 대화와 화해를 유도하는 ‘회복적 경찰활동’의 한 사례다. 처벌만으로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가 쉽지 않은 경우 활용되고 있다. 경찰이 추진하는 피해자보호 강화 계획의 주요 골자는 회복적 경찰활동 외에도 경제·심리 지원과 신변보호 등이 있다.

이처럼 피해자보호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경찰청은 올해 피해자 보호·지원에 기여한 베스트 피해자전담경찰관(3명)·피해자보호관(6명)과 외부전문가(5명)를 최근 선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오후 피해자 보호·지원 제도 발전을 위한 학술대회 개최하며 이들에게 포상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노 경위는 베스트 피해자전담경찰관 중 제일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외면 받아온 ‘피해자 인권’ 논의

이번 행사는 올해를 ‘국민중심 책임수사’ 실현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경찰청 뜻에 따른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형사 정책이나 국가 형벌권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검사는 국가의 입장에 서고, 변호사는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존재하며, 법원은 처벌에만 관심이 있다. 그 사이 피해자는 보복범죄 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에서도 피해자보호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추세다. 류미진 서울 중부경찰서 서장은 “급변하는 치안 현장에서 피해자 신변보호 등을 소홀히 하거나 자칫 실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피해자보호는 ‘치안 활동의 시작과 끝’이라는 현장 경찰관들의 인식 정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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