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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에 '하나의 중국' 지지한 바이든, 대만해협도 경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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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을 열었다.[신화=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을 열었다.[신화=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미국 시간ㆍ한국 시간은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대만 위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은 지지하지만 대만 해협의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북한 문제도 의견 교환

미국과 중국은 이날 화상 정상회담에서 상호 협력 의사는 확인했으나 주요 갈등 현안에 대한 중대한 합의나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 미ㆍ중 간 갈등이 경제, 기술, 군사, 이념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국면에서 각자 국내 정치적 입지를 위해 상황 악화를 막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3시간 반 넘게 이어진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대만과 인권, 불공정한 경제 관행, 남중국해와 항행의 자유 등 문제를 제기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시 주석과 의견을 나눴다.

미·중 정상회담 주요 내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중 정상회담 주요 내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대만 해협에서 현상을 바꾸거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방적인 노력에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나 압박을 중단하라는 경고로 볼 수 있다. 다만, 대만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가드레일’에 합의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새로 설정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이날 회담은 전반적으로 각자 할 말을 하고, 의견이 일치하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막론하고 솔직히 대화를 했다고 미 당국자가 밝혔다. "결과를 기대하는 회담이 아니다"라는 백악관 예고대로 공동 성명이나 기자회견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중국과 미국 지도자로서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양국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책임”이라며 “상식적인 가드레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장, 티베트, 홍콩에서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미 당국자는 “이 문제를 여러 차례 거론하고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면서도 미·중이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음을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무역 및 경제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할 필요성을 분명히 밝혔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의 중요성을 논의하고, 이 지역 번영에 있어 항해와 항공의 자유도 강조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보이는 강압적 태도를 지적할 때 미국이 꺼내는 표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합의한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다만, 이 문제 역시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으며, 미이행 시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백악관은 소개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에 대처하기 위한 조처를 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기후 변화 대응, 코로나19 백신 보급, 미래 팬데믹 예방, 보건 안보 등도 의제에 올랐지만, 베이징 겨울 올림픽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회담으로 양국 간 긴장이 좀 완화됐느냐는 질문에 미 당국자는 "긴장 완화가 목적이 아니라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고, 상황 개선 여부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 주석과 화상으로 마주 앉았다. 방 안에 설치된 대형 TV 2대에 시 주석이 나타나자 두 정상은 서로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부통령일 때 당시 시 부주석과 ”엄청나게 많은 시간 대화했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바이든은 시 주석에게 "당신은 세계 주요 리더"라면서 "우리는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우리가 우려하는 분야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하고 "우선순위와 의도에 대해 정직하게 직접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시 주석은 “언제나 서로에게 매우 정직하고 솔직하게 소통해 왔다”면서 “우리는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헤어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화상으로 연결한 시 주석은 “직접 만나는 것만큼 좋지는 않지만, 옛 친구를 보게 돼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중국 외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옛 친구(老朋友ㆍ라오펑요우)”라는 표현을 썼다.

미 당국자는 “정상회담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졌다”면서 “서로 존중하면서도 솔직하고 직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두 정상은 사전 준비된 원고와 의제 순서에 의존하지 않고 주제를 옮겨 다니며 토론했고, 상대방이 좀 전에 한 말을 인용해 반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날카로웠던 중국 관리들과 달리 시 주석이 비교적 유화적인 어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서로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충돌로 치닫는 상황을 제어하는 분위기로 이뤄졌다.

지지율이 하락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중국에 양보하는 것으로 비치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 시 주석은 내년 2월 베이징 겨울 올림픽을 치르고 3연임을 확정하기 위해 외교 정책 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ㆍ태평양조정관, 로라 로젠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선임 국장, 존 친 백악관 NSC 중국 담당 국장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딩쉐샹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류허 경제 부총리,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셰펑 외교부 부부장이 배석했다.

한편, 대만 외교부(MOFA)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변함없다고 재확인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이는 차잉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현상유지 정책(status quo)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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