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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도, 목격자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지하철 내 성추행 대책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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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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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황해서 녹음이나 사진 등의 증거가 없는데 이런 경우 처벌이 가능한가요?”

지난 15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작성자가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리면서 이같이 물었다. 이 작성자는 이어 “옆자리 남자가 내 다리를 자기 옷으로 덮더니 그 밑으로 손을 넣어서 허벅지까지 주물렀다”며 “(잠에서) 깨서 뭐하는 거냐며 경찰에 전화하는 거 보여주니까 미안하다고 했다”며 “돈 다 필요 없고 그냥 처벌받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내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 여부를 두고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하철 내에서 성범죄가 일어날 경우 폐쇄회로(CC)TV가 없는 열차도 있고, 사람이 밀집된 장소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목격자가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 적용돼…지하철 성범죄는 증가세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 등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경우 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내에 있는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적용된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돼 있지만, 일반 강제 추행죄보다는 법정형이 낮다.

 지하철 내 성범죄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하철경찰대에서 받은 ‘연도별 지하철 내 성추행 및 성범죄 신고’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내 성범죄 사건이 올해 9월 기준 834건(성추행 502건, 불법촬영 332건)이 신고 접수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접수된 건수는 507건(성추행 335건, 불법촬영 172건)이다. 지하철 내 성범죄 신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신고 접수된 사건이 모두 성범죄 사건으로 처리되는 건 아니다. 가해자의 범죄혐의가 입증될 경우에만 발생사건으로 처리한다. 올해 9월 기준 발생사건으로 처리된 건수는 총 703건(성추행 484건, 불법촬영 219건)이고 이 중 546명(성추행 373명, 불법촬영 173명)이 검거됐다.

열차 내 ‘CCTV’ 설치 의무화 시행 중

8년 전 열차 내 CCTV 설치가 법으로 의무화됐다. 지난 2014년에 개정된 도시철도법 제41조(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ㆍ운영)에 따르면 도시철도운영자는 범죄 예방 및 교통사고 상황 파악을 위하여 도시철도 차량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설치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법이 시행된 이후에 새로 도입한 차량은 칸마다 CCTV가 설치돼있다”며 “기존 열차의 경우 빨리 달 수 있도록 서울시에 예산을 요청해 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오히려 증거 많을 수 있으니 피해자 두려워 말라”

열차 내 CCTV만이 정답은 아니다. 서혜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지하철 내부에 CCTV가 없어서 가해자들이 이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가해자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이런 곳에서 피해를 보았을 경우 신고를 최대한 빨리하고 옆 사람한테 도움을 청하는 등 자료를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 변호사는 이어 “열차에서 내려서 가해자한테 항의하는 모습이라던가, 당황하는 모습 등이 CCTV에 찍히고 이것들이 증거로 사용된다”며 “오히려 일반 성폭력 사건보다 물적 증거가 훨씬 많아서 피해자가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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