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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폭탄 이어 재산 건보료 습격,265만 세대 고통 가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건강보험공단 고양덕양지사 민원실. 최서인 기자

16일 건강보험공단 고양덕양지사 민원실. 최서인 기자

"우리 같은 사람은 부동산하고 차량에도 매기고, 직장인들은 소득만 갖고 하니까(매기니까) 균형이 안 맞아요. 집 하나만 있고 차만 있어도 보험료가 30만~40만원 나와요. 직장에서 퇴직하니 건보료가 오히려 더 많아져요. 보험료 줄이려고 직장 일을 찾아서 다시 들어갔더니 절반으로 줄었어요."(60세 김모씨)
"딸아이가 사업을 하다 코로나19로 망했는데, (지역건보 가입자가 되면서) 재산이 잡혀서 재산 건보료가 나오는데 그게 너무 많아요." (60대 A씨)
"아들 집이 내 걸로 돼 있는데, 그 집 때문에 한 달에 5만원 돈을 냈어요."(73세 이모씨)

건보공단 11월 지역건보료 최신 과표 적용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건강보험공단 고양덕양지사 민원실 앞. 지사를 나서던 민원인 몇 명에게 "왜 오셨냐"고 물었더니 상당수가 재산 건보료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건보 부과 체계의 모순을 정확하게 집어냈다.

이들이 곧 민원실을 또 찾을지 모른다. 이번 달에 지역가입자 건보료를 부과하는 과표가 새것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소득 건보료는 재작년 자료에서 지난해 그것으로, 재산 건보료는 지난해 6월 공시가격에서 올해 것으로 바뀐다.

소득 건보료가 올라가면 소득이 늘었으니 그나마 '그런가 보다'라고 넘길 수도 있다. 화를 돋우는 건 재산 건보료다. 재산에서 소득이 발생하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집값과 전세가격이 폭등하면서 건보료가 덩달아 올라간다. 게다가 내년 1월 정기 인상 정책에 따라 1.89%가 또 오른다. 건보료 과표는 공시가격(시세의 60~70%)의 60%(주택)만 반영한다. 시세의 40.2%라고 보면 된다.

11월 분 지역 건보료 변동.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1월 분 지역 건보료 변동.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6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역가입자 789만 세대 중 이번 최신 과표 적용으로 265만 세대(33.6%)의 보험료가 오른다. 평균 6754원(6.9%) 오른다. 인상 세대는 지난해보다 7만 세대 늘었다. 261만 세대는 변화 없고, 263만 세대는 내렸다. 지난해보다 내린 경우가 117만 세대 늘었다. 겉으로 보면 예년보다 나은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재산 건보료 불만이 치솟자 2018년 500만~1200만원을 과표에서 뺐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이 폭등하자 500만원 더 빼준다. 그런데 공제대상이 가격이 낮은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반면 중간 가격 이상인 부동산 소유자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동산 폭등은 서울·경기·세종·부산·대전·울산 등지에서 집중됐다. 이런 데는 부동산 폭등과 공시가격 인상 등이 바로 재산 건보료 증가로 이어진다. 22일 발송하는 역대급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보고 놀란 지역건보 가입자는 이달 말 건보료 고지서를 보고 한번 놀라게 된다.

올해 세종시 공시가격(70.25%)이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은 노원구(34.6%)가 그렇다. 지난해 공시가격 4억원인 세종시 아파트는 올해 6억8120만원으로 올랐고, 이번 달부터 재산 건보료가 12만 4720원에서 15만 2540원으로 22.3% 오른다. 지난해 공시가격 6억원이던 서울 노원구 아파트 소유자는 10.5% 오른다. 서울 강남구 50대 개인사업가 안모씨(소득 1619만원 변동 없음)는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해 23.1% 올랐고, 재산 건보료가 5.1% 오른다.

11월 분 지역 건보료 변동 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1월 분 지역 건보료 변동 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가 급등했다. 전세 건보료는 전세가의 30%만 부과한다. 가령 전세금이 5억원에서 7억원으로 오른 경우를 보자. 지난해에는 5억원의 30%인 1억5000만원(500만원 공제)에 대해 재산 건보료 10만1030원을 냈다. 올해는 2억1000만원(1000만원 공제)에 대해 11만8080원을 낸다. 16.9% 오른다.

물론 건보료가 내리기도 한다. 경기도 시흥시 60대 유모씨가 그런 경우다. 소득이 28% 줄었고, 재산 과표(3억여원)는 5.5% 올랐다. 소득 건보료 감소폭이 커서 전체 보험료가 13.9% 내렸다.

자녀 건보증에 무임승차하던 은퇴자들도 재산 때문에 피부양자에서 줄줄이 탈락한다. 부동산 폭등의 후폭풍이다. 부모는 재산 과표가 9억원 초과(시세 21억원)하거나, 재산이 5억5000만~9억원이면서 연간 소득이 1000만원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된다.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면 지역 건보 가입자가 돼 재산과 소득 건보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 이런 사람이 당초 1만8000명으로 예상했으나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이들의 보험료를 절반 경감한다.

피부양자 탈락 2만명 넘을 듯.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피부양자 탈락 2만명 넘을 듯.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난수표처럼 복잡하다. 자기 보험료가 어떻게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불만이 쌓이고 불신도 쌓인다. 특히 재산·자동차 건보료가 그렇다. 정부는 내년 7월 2단계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때 재산 건보료 공제액을 최대 12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린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재산 건보료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국장은 "재산에서 소득이 발생하면 거기에 건보료를 매겨도 된다. 그렇지도 않은 재산에 건보료를 매기니까 부동산 시장 변동에 건보료가 춤을 춘다"며 "현행 제도는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남 국장은 "소득 파악을 더 세세하게 해서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를 부과하고 재산·자동차는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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