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민하게 대응하라" 답답한 李,느려터진 선대위 대신 직접 뛴다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문화공간 신촌파랑고래에서 열린 청소년 및 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문화공간 신촌파랑고래에서 열린 청소년 및 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역 화폐가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잘 되게끔 노력해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했다는 말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의원단과 ‘도시락 오찬’을 하면서 내년도 예산에서 올해보다 삭감(21조→6조원)된 지역화폐 예산의 ‘원상복구’를 주문했다. 이어 이 후보는 “코로나 관련한 지원책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라며 “백신 부작용에 대한 인과성 입증이 어려운 분들에 대한 해법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도 말했다. 이날 점심은 이 후보의 제안으로 갑작스럽게 성사됐다.

한 참석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특히 자신이 제안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예산 배정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아 보였다”며 “‘번개’ 제안을 듣고 후보가 직접 뛰는구나 하는 느낌도 컸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전날엔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높은 기대만큼 실망으로 변질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쓴소리’를 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엔 ‘신속성’을 강조하며 “곧바로 대응해야 하는 사안이나 현안에 대해선 기민하게 대응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앞서 일요일이던 지난 14일 밤엔 대변인단 텔레그램 대화방에 신속한 언론 대응을 요구하는 글을 직접 올렸다고 한다.

“선대위 안 움직인다” 판단에 직접 뛰는 이재명

이 후보의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은 “선대위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서울권 중진)는 당내 판단과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16일 5차 인선까지 이뤄지면서 163명(169명 중 장관 겸임 6명 제외)의 민주당 의원들이 결집한 ‘매머드급’ 선대위가 꾸려졌지만,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의 실무급 인사는 “다수의 의원단이 직책을 맡았지만 정작 일을 할 실무진은 배치가 안 된 ‘가분수’ 상황”이라며 “그렇다 보니 현안에 대한 판단도, 대처도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 9일 새벽 낙상사고 이후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관련 허위사실에 강력 대처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초동 대처는 미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그라미 안은 이 후보가 김씨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이해식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 9일 새벽 낙상사고 이후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관련 허위사실에 강력 대처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초동 대처는 미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그라미 안은 이 후보가 김씨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이해식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대표적 사례가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낙상사고에 대한 선대위 대처다. 지난 9일 새벽 김씨의 사고에도 민주당 선대위는 당일 오전까지 정확한 사고 파악이 되지 못했다. 이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악의적 소문이 퍼진 뒤 지난 10일 선대위는 네티즌 2명을 고발했고, 지난 12일에는 의무기록과 CCTV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초기 대응엔 실패했다”(한 당직자)는 평가가 나왔다.

이 후보가 지난 13일 부산에서 열린 스타트업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했던 “부산은 재미없잖아, 솔직히”라는 발언도 SNS에서 논란이 됐지만, 선대위 대응은 빠르지 못했다. 선대위 차원의 반박 논평도 발언 하루 뒤인 14일 나왔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실무진은 “윗선(의원 단위)에서 ‘이렇게 대응하라’는 명확한 방침이 없다 보니 실무진도 손쓰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정무조정실장은 KBS라디오에서 “후보도 (현장성이 결여됐다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민주당 선대위의 본부장급 의원도 “이 후보가 현재 선대위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었다. 이제 선대위를 직접 휘어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옳다”는 이미지에 치우칠까 우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12일 부산 중구 구덕로 BIFF 광장에서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배우자 김혜경씨 낙상사고에 대한 허위소문이 돌자 이런 말을 한 것인데 당내에선 반응이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12일 부산 중구 구덕로 BIFF 광장에서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배우자 김혜경씨 낙상사고에 대한 허위소문이 돌자 이런 말을 한 것인데 당내에선 반응이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이 후보는 선대위 내에서 자신의 색채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최근 청년 표심에 구애하고 있는 이 후보는 지난 15일 2030세대 민주당 당직자 40여명과 도시락 점심을 함께했다. 지난 11일엔 예정된 일정에 앞서 청년 당직자들을 찾아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매타버스’나 ‘명심캠프’ 등 민심청취형 캠페인에 대한 주변 아이디어 제안은 족족 받아들이고 있다.

16일 발표된 선대위 5차 인선에서는 이 후보의 대선 어젠다인 ‘기본소득’과 관련해 후보자 직속 ‘기본사회위원회’가 신설됐다. 이 위원회엔 ‘기본소득 설계자’ 강남훈 한신대 교수가 고문으로 합류했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인사는 “청년층과 접촉면을 늘리거나 기본소득을 내세우는 건 이 후보 본인의 생각”이라며 “매타버스 등도 ‘소통’이라는 이 후보 색깔이 들어간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선 우려도 적지 않다. 이 후보의 ‘그립(장악력)’이 강해질수록, 그의 강성 메시지가 표출될 가능성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나 국토보유세 등 찬반양론이 강한 이슈를 던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친문계 인사는 “이 후보가 ‘내가 다 옳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건 반드시 끌어와야 할 중도층, 2030 등을 설득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컨벤션’ 효과를 등에 업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자 당내에선 “이 후보는 자신의 강점은 살리지 못하고, 자신의 약점을 극대화하는 잘못된 선거 캠페인을 하고 있기 때문”(최병천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에 대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과감한 실행력이 이 후보의 장점이지만, ‘가쓰라-태프트 협약’이나 ‘전 국민 가상자산 지급 검토’ 같은 발언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선대위 전체의 콘트롤 타워 재정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